ㆍ꿀팁
여름철에 냉면이나 메밀국수·메밀묵을 자주 많이 먹어도 아무 탈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속이 불편해서 고생하는 사람도 있지요. 메밀이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하지만 숯불구이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은 뒤에 냉면을 먹는 것이 과연 좋을까요?
냉면이 전통음식으로 내려온 것은 메밀의 약효 때문일까?
메밀의 약효 탓도 있겠지만, 척박한 토양이나 찬 기후에도 잘 자라 함경도·평안도에서 많이 재배되었기에 그 지방의 토속음식으로 내려온 것이지요. 이효석 선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도 나오지만, 강원도에 메밀국수가 유명한 것도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북한 지방의 겨울은 아주 추워서 거의 집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운동이 부족하여 몸속에 열기와 노폐물이 쌓이고 대변도 원활하지 못한데, 이때 얼음이 둥둥 뜬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찬 성질의 메밀 사리를 말아 먹는 것이 딱 어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더운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게 하여 습기를 배출하는 것이 좋으므로 열성인 고추장에 비벼 먹는 것입니다. 몸에 열이 별로 없는 사람도 고추장을 넣어 먹는 것이 좋겠지요.
메밀에는 어떤 약효가 있을까?
메밀도 한약재로 쓰여왔는데, 우리나라의 이제마 선생이 창안한 사상체질 의학에서는 태양인 체질에 좋은 한약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메밀은 비·위장의 습기와 열기를 없애주며 소화가 잘되게 하는 약효가 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비·위장에 1년 쌓인 체기가 있어도 메밀을 먹으면 내려간다고 했습니다.
또한 메밀은 소변에 쌀뜨물처럼 뿌연 것이 섞여 나오는 백탁 증상이나 여성의 흰색 냉증대하에 좋습니다. 몸에 열이 많아 머리에 부스럼이 계속 생기거나, 피부에 종기가 생기거나, 반진이 생기는 경우와 임파선 결핵 및 염증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좋다는 메밀
메밀에는 성인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물질인 루틴rutin이 들어 있습니다. 동물실험 및 인체 실험에서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등의 효과가 확인되었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혈압을 낮춰줍니다. 따라서 동맥경화·고혈압·당뇨병 등에 좋은데, 이는 모두 열과 습기를 내려주기 때문이지요.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면 기본적으로 몸속의 노폐물을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어야 합니다. 메밀은 기를 아래로 끌어내리며 위장과 창자에 쌓인 노폐물을 비우게 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성인병 치료에 좋은 것이지요. 배가 부르고 대변이 단단한 사람이 먹으면 몸을 가볍게 해주므로 체중 감량에도 좋습니다.
메밀은 어떤 체질에 좋을까?
메밀은 태양인 체질에 적합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태양인은 아주 극소수입니다. 어쨌든 메밀은 기가 왕성하고 열과 습기가 많은 사람에게 좋은데, 특히 변비가 있는 경우에 효과가 좋습니다. 또한 장에 습기와 열기가 쌓여 배가 아프면서 적은 양으로 여러 번 설사하는 열설熱泄에도 효과가 있으며, 술을 많이 마시고 체해서 응어리가 쌓인 것도 풀어줍니다.
메밀은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작용을 나타내기에 기운을 더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체질적으로 열과 습기가 많은 사람이 먹으면 몸속에 쌓여 있던 열과 습기가 빠져나가면서 몸이 가벼워지므로 기운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메밀이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비·위장이 허약하고 찬 사람이 메밀을 먹으면 소화도 잘되지 않고 설사가 날 수 있으며 기운이 떨어지게 됩니다. 사상체질 가운데 소음인은 소화 기능이 약하고 찬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가 잘 나오는 체질이므로 메밀이 맞지 않습니다.
몸이 찬 사람이 메밀을 계속 먹을 경우에 원기가 크게 빠져나가고 심하면 수염과 눈썹이 빠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속이 냉한 사람은 메밀면에 오이와 배를 넣지 말고 겨자를 많이 넣은 다음 따뜻한 국물을 부어 온면으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메밀을 약으로 먹으려면?
뱃속에 응어리가 쌓여 있고 배가 더부룩하면서 아플 때는 메밀을 무씨, 즉 나복자와 함께 가루를 내어 따뜻한 물로 마시거나 죽을 끓여 먹으면 좋습니다. 또한 메밀가루를 설탕물로 마시면 이질을 다스리고, 볶아서 뜨거운 물로 마시면 건곽란, 즉 장이 꼬이듯이 아프면서 토하지 못하고 대변도 나오지 않아 뱃속에 부패 물질이 맺혀 있는 위중한 병증을 다스릴 수 있지요. 중국에서는 메밀의 줄기와 잎을 고혈압에 쓰며, 뇌출혈을 예방하는 효능도 있다고 했습니다.
메밀을 외용약으로 활용하는 방법
복수腹水가 찰 때 메밀을 볶아서 가루를 내어 뜨거운 물을 붓고 반죽한 다음, 창호지 위에 바르고 배에 붙이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끓는 물에 화상을 입었을 때는 메밀을 볶아서 맑은 물에 개어 붙이면 열이 내리고 진물이 덜 흐르게 되며 상처 부위에 새살이 잘 돋아나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아이들의 피부에 뜨거운 기름이 튀어 벌겋게 부풀어 오르고 아플 때 메밀가루에 식초를 넣은 다음 잘 섞어 붙이면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한편 메밀껍질은 베갯속으로 많이 쓰이는데, 서늘한 성질이어서 머리를 시원하게 하므로 건망증이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메밀을 많이, 자주 먹어도 괜찮을까?
몸에 맞는 음식이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지요. 메밀도 많이 먹을 경우에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고, 다른 병이 생길 우려도 있습니다. 어느 의서에 의하면 오래 먹을 경우 풍이 동한다고 했습니다.
냉면이나 메밀국수에 겨자와 무를 넣어 먹는 이유는?
겨자는 메밀의 찬 기운을 완화시켜주고, 무는 메밀의 독을 풀어줍니다. 그래서 냉면에는 무채가 들어가고 메밀국수에는 무즙이 빠지지 않는 것이지요. 한의서에도 메밀의 독을 풀려면 무를 찧어서 즙을 마시거나 무씨를 갈아서 물로 마시라고 하였으므로 메밀국수를 먹을 땐 무를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오이나 배를 함께 넣으면 서늘한 기운이 보강되어 속열을 풀어주는 효과가 강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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