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가상자산, 암호화폐, 디지털화폐, 법정화폐, CBDC 란? - 헷갈리는 코인 관련 용어들 뜻 완벽 비교 분석

돈공부

가상화폐ㆍ가상자산ㆍ암호화폐,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요새 가상화폐니 비트코인이니 하는 단어들을 참 많이도 들어봤을 겁니다. 관련된 뉴스의 양도 어머어마한 데다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가상화폐가 얘깃거리가 되는 경우가 잦다 보니 새삼 ‘가상화폐가 화제긴 화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특이한 점은, 가상화폐가 이 정도로 대중화되었음에도 얘기하는 사람들마다 이런저런 단어를 뒤섞어 쓰고 있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가상화폐라고 말하지만, 다른 누구는 암호화폐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상자산이라 합니다. 아예 디지털화폐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이 명칭들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고, 어떤 식으로 불러도 굳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가상화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정도는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각각의 용어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는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가상화폐와 가상자산처럼 앞 머리에 ‘가상(假想)’이라는 단어가 붙는 경우는 그 강조점이 ‘가상’에 있습니다. ‘가상’이라는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그 뜻이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여부가 분명치 않은 것을 사실이라 가정하여 생각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영어로도 가상은 ‘virtual’이라고 해 ‘실제가 아닌 허상의 것’이라는 뜻이 강합니다. 결국 현실에선 그것이 화폐든 자산이든 간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합니다.

 특히 비트코인이 국내에서 본격적인 관심을 끌었던 지난 2017년부터 가장 흔하게 불렸던 ‘가상화폐’라는 단어는, ‘cryptocurrency’라는 영어 표현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굳이 ‘가상’이라는 부정적 수식어와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의도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때의 가상화폐는 우리가 실제 경제활동에서 사용하는 법정화폐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진짜가 아닌데도 진짜인 것처럼 행세하는 가짜 돈’이라는 인상을 주다 보니 가상화폐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 선입견을 조장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고, 최근까지도 가상화폐 이슈가 있을 때마다 소환되는 유시민 씨의 가상화폐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도 넘은 2018년 1월, 지금처럼 비트코인이 국민적 관심사였던 당시 긴급 편성된 한 TV 토론회에 나와 “가상화폐는 실제 거래 수단으로도 쓰지 않으며, 설령 그러려고 해도 가치가 안정되어 있지 않아 결코 화폐가 될 수 없다”면서 “결국 비트코인은 사기이며,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일 뿐”이라고 했던 유시민 씨의 발언은 바로 이런 지점을 공략한 셈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엔 가상화폐보다 가상자산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정확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가상화폐와 달리 가상자산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아직까지 화폐의 역할을 하진 못해도 적어도 자산으로서는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더구나 이는 국제적인 공인을 받은 용어이기도 합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만들어보겠다며 2018년 말에 모였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은 ‘cryptocurrency’ 대신에 ‘virtual asset’이라는 용어를 쓰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물론 비트코인의 자산가치를 인정했다기보다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상에 정보 형태로만 존재하고 내재가치도 없는 코인에게 ‘화폐’라는 단어를 감히 붙여줄 수 없다는 관료들의 거부감이 만든 이름인데요, 이후로는 국내에서도 정부와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대신에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가상화폐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암호화폐’라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암호라는 수식어가 블록체인이 가지는 보안성과 익명성을 강조할 수 있고,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나중에 어느 시점이 되면 화폐로서의 역할까지도 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암호화폐가 가장 적절한 명칭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술 더 떠 가상화폐나 가상자산, 암호화폐가 아닌 ‘디지털화폐’로 부르는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가상화폐와 동일한 개념은 아닙니다. 디지털화폐는 가상화폐까지도 포함하는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일반 기업들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까지 한꺼번에 포괄해서 부르는 명칭에 가깝습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물로 된 법정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방식으로 발행하는 화폐

 사실 이런 용어가 뭐 그리 중요할까 싶긴 하지만, 첫 가상화폐 거래소가 생긴 지도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고, 국내에서만 최소 500만 명, 전 세계적으로는 무려 1억 명 이상이 투자하고 있는 자산인데도 아직까지 하나의 통일된 이름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가상화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이를 중요치 않게 여기고 있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아직까지도 하나의 단어로만 규정짓기 힘들다는 사실은 가상화폐가 가지는 혁신성과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은 법정화폐의 대안으로 처음 고안되었지만, 이제는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 후배들인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들은 비트코인도 해내지 못하고 있는 화폐 역할에 도전하고 있고, 심지어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도 조금씩 해내고 있습니다. 가상화폐가 앞으로는 어떤 역할로 확장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가상화폐라는 단어 역시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과도기적인 명칭일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 초보자를 위한 꿀팁

 가상화폐는 가상자산, 암호화폐, 디지털화폐 등 여러 용어로 혼용되며 아직까지 통일된 표현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상화폐에 대해 아직 낮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그러나 가상화폐가 가지는 혁신성과 진화 가능성을 감안할 때 이런 과도기적 현상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상화폐에 추가될 여러 기능들에 따라 더 많은 용어들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