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는 어떻게 나에게 맞는 곡을 추천해줄까? (주간 추천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협업 필터링 알고리즘)

써먹는 독서

스포티파이Spotify는 월요일 아침마다 사용자의 취향에 딱 맞는 노래 30곡을 수록한 ‘주간 추천 플레이리스트Discover Weekly’를 보낸다. 2015년 6월에 도입된 이 기능은 6개월 만에 총 스트리밍 횟수가 17억 회를 돌파할 만큼 초대박을 쳤다. 그렇다면 스포티파이는 2억 명이나 되는 사용자 개개인을 어떻게 그렇게 속속들이 잘 아는 걸까?

스포티파이에 소속된 음악 전문가들이 직접 노래를 골라서 공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들이 2억 명의 사용자를 위해 일일이 선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스포티파이는 매주 알고리즘을 실행한다.

주간 추천 플레이리스트 알고리즘은 먼저 두 가지 기본 정보를 확인한다. 첫째, 각 사용자가 듣고 마음에 들어서 라이브러리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한 노래가 무엇인지 본다. 반대로 30초도 안 듣고 건너뛴 노래는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둘째, 다른 사용자들이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본다. ‘조깅용 노래’나 ‘비틀즈 베스트’ 같은 플레이리스트에서 주제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로 두 가지 방식을 이용해서 추천곡을 선정한다. 첫 번째는 두 개의 데이터세트dataset를 비교해서 사용자가 좋아하는 노래와 연관성이 있는 새로운 노래를 찾는 것이다. 만약에 A가 만든 플레이리스트에 8곡이 담겨 있는데 그중 7곡이 B의 보관함에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B는 A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금주의 발견에서 B의 보관함에 없는 A의 나머지 한 곡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것을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라고 하는데 아마존Amazon에서도 이런 식으로 사용자들의 구매 이력을 비교해서 상품을 추천한다. 넷플릭스의 작품 추천, 유튜브YouTube의 동영상 추천, 페이스북Facebook의 친구 추천도 모두 협업 필터링의 결과다.

협업 필터링은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위력이 강해진다. 스포티파이의 사용자가 증가하면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찾기가 더 쉬워지고, 따라서 추천곡 선정도 더 쉬워진다. 하지만 사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알고리즘의 작동 속도가 느려지고 컴퓨터 자원이 많이 소모되는 단점도 있다.

스포티파이가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두 번째 방법은 ‘취향 프로필’을 작성하는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사용자가 듣고 좋아한 노래를 기준으로 좋아하는 장르(모던록, 힙합 등)와 세부장르(모던컨트리록, 서던힙합 등)를 판단해서 추천곡을 선정한다. 과거의 청취 패턴을 분석하는 선곡법이다.

왜 추천 기능에 투자할까?

이와 같은 추천시스템을 개발하자면 어마어마한 인건비가 든다. 아닌 게 아니라 스포티파이 엔지니어들의 연봉은 수십만 달러에 이른다. 그러면 스포티파이는 왜 그렇게까지 큰돈을 투자하는 걸까?

우선 탁월한 추천시스템이 스포티파이를 애플뮤직Apple Music같은 라이벌 서비스와 차별화하는 강점이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음원 보유량이 방대하다고 다가 아니다. 전문용어를 쓰자면 이제 음원은 동질화되어 있다. 어차피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이나 똑같은 노래는 똑같이 들린다. 방대한 음원을 보유하는 것도 라이선스를 취득할 돈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사실상 음원으로 차별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스포티파이가 우위를 점하려면 경쟁사를 꺾을 ‘한 방’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추천시스템이다. 스포티파이의 추천시스템은 애플뮤직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협업 필터링은 사용자가 많을수록 효과적이기 때문에 이미 어마어마한 사용자를 보유한 스포티파이가 선두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스포티파이가 추천시스템에 투자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 덕분에 사용자가 유지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포티파이를 많이 쓸수록 알고리즘이 취향 정보를 많이 수집해서 추천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반대로 애플뮤직으로 갈아타면 축적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곡을 추천받는 맛을 못 느낀다. 이렇게 ‘전환 비용’이 높으면 전환이 잘 안 일어난다. (이처럼 일단 어떤 앱에 데이터가 입력되고 나면 다른 앱으로 갈아탈 때 데이터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전환 비용이 높아진다.)

정리하자면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는 사용자에게 유익한 기능인 동시에 스포티파이의 스마트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개인 추천 기능을 제공하는 앱이 점점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