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꿀팁
귀리는 볏과에 속하며, 모양은 보리와 비슷한데 약간 가늘고 깁니다. 그래서 이름 가운데 하나가 이맥耳麥, 즉 귀보리이기에 줄여서 귀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제비와 참새가 잘 먹기 때문에 연맥燕麥 또는 작맥雀麥이라고도 부릅니다. 근래 들어 영양적 가치와 효능이 크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새롭게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기에 10대 장수 식품에 들어간 듯합니다. 이미 1997년에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통귀리 첨가 식품에는 콜레스테롤 저하 및 심장병 위험 감소 효과를 명기할 수 있도록 했고, 영국에서는 ‘콜레스테롤 저하 식품’ 표기를 허용했습니다.
귀리는 우리나라에서도 먹었을까?
원산지는 중앙아시아 아르메니아라고 추정되는데, 유럽에는 기원전 2200~1300년경, 미국에는 1900년경, 중국에는 600~900년경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몽고 병사들이 말의 양식으로 가져온 것을 재배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고려시대 말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이란 의약서에 나옵니다. 귀리는 추위에는 약하지만 냉습한 기후나 척박한 토양에 적응력이 강해서 평안도·함경도·강원도의 산간지대에서 화전 등으로 소규모 경작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외에는 귀리를 많이 먹을까?
동양에서는 양식으로 먹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많이 먹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곡물의 재배 면적으로 봤을 때 귀리는 밀, 옥수수, 쌀에 이어 네 번째로 많습니다. 유럽에서는 귀리를 정백해서 오트밀oat meal로 많이 먹고 있는데, 정백한 귀리를 우유와 같이 섞은 죽과 같은 것으로 아침 식사로 애용됩니다. 그렇지만 귀리는 아주 옛날에는 훌륭한 가축의 사료였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귀리는 유럽에서 언제부터 많이 먹었을까?
로마인들은 귀리를 먹는 게르만족을 혐오했는데, 로마의 정치가 카토Cato는 귀리를 근절시키자고 제안했으며, 301년에는 사료용 곡식 중에서 귀리에 가장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귀리에 대한 홀대는 로마제국을 거쳐 중세로 이어졌고,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영토에서는 사람이 귀리를 먹는 것을 꺼렸다고 합니다. 한편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지 않았던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귀리를 즐겨 먹었으며, 오트밀은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귀리를 오트밀로 해서 먹는 이유는?
18세기 영국의 유명한 문학가인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은 1775년에 《영어사전》이란 책을 썼는데, 그 책에서 귀리를 정의하기를 “스코틀랜드에서는 사람의 음식, 잉글랜드에서는 말의 먹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발끈한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응수하기를 “잉글랜드는 말이 우수하고, 스코틀랜드는 인재가 많기로 유명하다”고 했답니다.
귀리는 섬유질이 아주 많은데, 껍질이 단단하여 잘 벗겨지지 않기에 제분법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섬유질의 껍질이 위장을 자극하므로 그대로 먹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오트밀 등으로 가공해서 먹었는데, 1884년에 압맥기가 발명되어 단시간에 조리할 수 있고 소화가 잘되게끔 가공하면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기업적으로 생산하여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귀리의 영양 성분
단백질과 지방 함유량과 열량 면에서 쌀을 비롯한 곡류 중에 단연 으뜸입니다. 필수아미노산도 풍부한데, 현미와 아미노산 조성이 비슷하여 라이신lysine·메티오닌methionine·트레오닌threonine의 함량은 적지만 우유나 콩을 섞으면 완전한 단백질 식품이 되지요. 섬유소도 현미보다 많습니다. 비타민 B1·B2는 쌀보다 많고, 비타민 B6·E·판토텐산·니아신 등도 함유되어 있으므로 균형 잡힌 영양 식품이지요. 지질 중에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산이 전체의 45% 정도를 차지합니다. 또한 마그네슘·구리·망간·셀레늄·칼륨·아연 등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고, 폴리페놀·식물성 에스트로겐 등도 들어 있습니다.
특히 귀리 중에서도 유명한 퀘이커귀리와 현미의 영양가를 비교해보면, 퀘이커귀리는 단백질이 11.5%로 7%인 현미보다 4%나 더 많이 들어 있으며 지방도 8.5%현미 3%로 약 3배나 많습니다. 그 밖에도 현미보다 칼슘이 4.6배, 비타민 B2가 2.3배, 철분은 약 4배나 많습니다. 그리고 식이섬유도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식이섬유가 부족하면 비만, 콜레스테롤 과다에 걸리기 쉽고 동맥경화증·고혈압·당뇨병 등도 유발되기 쉽지요.
오사마 빈 라덴이 먹었던 귀리로 만든 약은?
오사마 빈 라덴은 한때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슬람교 무장 세력인 알카에다의 지도자였는데, 그가 죽기 직전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압수된 약 상자에서 아베나 시럽 등 10여 종의 약이 발견됐습니다. 아베나 시럽은 야생 귀리 추출물로 만든 것으로서 ‘자연산 비아그라’라고 할 만큼 발기부전 치료제이자 성욕을 높여주는 최음제로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또 위궤양을 완화시키고, 기분 전환이나 신경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성기능 강화를 위해 먹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귀리의 약효를 활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귀리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특히 라오스에 자생하는 야생 붉은귀리의 효능이 으뜸이라고 합니다. 라오스는 베트남 옆에 있는 나라인데, 라오스의 척박한 땅에서 자란 귀리는 항산화제와 혈액순환제로 효과가 큽니다. 또 특정 발암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특히 결장암 예방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야생 붉은귀리를 미숫가루로 만들어서 마시면 혈액순환은 물론이고 노인들도 부작용 없이 정력이 되살아날 정도라고 합니다.
귀리의 약효
우선 콜레스테롤을 낮추므로 동맥경화와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효과가 큽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유해한 콜레스테롤 배출을 도와주기 때문인데, 수용성 섬유질인 베타글루칸β-glucan을 하루 3g 정도만 먹어도 몸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8~23%나 낮춰줄 수 있다고 합니다. 귀리의 혈중 콜레스테롤에 대한 작용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약 85%의 고지혈증 환자에서 유해한 LDL 수치가 20% 정도 떨어졌고 유익한 HDL 수치는 약 15% 증가했습니다. 귀리를 먹고 가장 효과를 본 사람들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300으로, 약 3주 만에 최고 23%나 저하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백미나 흰 빵 대신 귀리가 들어간 식사를 하면 혈당치와 인슐린치가 안정된다고 합니다. 귀리의 섬유소가 음식물이 위에서 머무는 시간을 길게 해주기 때문인데, 음식의 소화와 흡수가 느려져 혈당 수치가 급속히 오르지 않는 것이지요.
귀리의 항암 효과
단백질 소화 효소인 프로테아제protease의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이 고농도로 함유되어 있습니다. 쌀, 콩 등에도 들어 있는 이 물질은 장관 안에서 특정한 바이러스와 발암 물질의 활성을 억제하고 인체의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과정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귀리는 소염 작용과 항암 작용, 특히 장에서 시작되는 암에 대해 항암 작용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귀리에 섬유질이 풍부하므로 배변을 부드럽게 하여 변이 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단축하고, 발암 물질이 장 점막에 흡수되는 것을 방지해주기 때문에 대장암 예방에 좋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비피더스균 등의 유익균을 증식시켜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 외에 발암 물질을 흡착시켜 체외로 배출시키는 작용도 있다고 합니다.
그 밖의 효능
항산화 작용을 통해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줍니다. 귀리에 함유된 비타민 E는 항산화제로서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고 피부 트러블을 막아주며 피부를 탄력 있게 유지해주고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 귀리에 염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의 작용을 강하게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아토피·건선·접촉 습진conduct eczema 등 각종 피부병에 대한 소염 작용을 나타냅니다. 피부 미용이나 마른버짐에 귀리를 이용한 마사지 팩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귀리는 소화가 잘될까?
한의학적으로 보면 귀리는 쌀과 마찬가지로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중간 성질입니다. 간의 기를 돕고 비장을 조화롭게 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 귀리는 소화가 잘되는 곡식으로서 위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효과적이지요. 그리고 활장滑腸, 즉 장을 미끄럽게 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대변을 잘 나오게 하는데,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장운동을 촉진하므로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반면 설사가 있을 때 오트밀을 섭취하면 설사가 멈춘다고 합니다.
귀리를 동양에서는 어떻게 먹었을까?
감자와 섞어서 밥을 짓거나 피와 섞어 죽을 쑤어 먹거나 국수, 떡, 술 등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만주에서는 가루를 내어 밀가루 대용으로 썼다고 하지요. 중국 송나라 때의 약물학 책인 《본초연의本草衍義》에서도 “봄에 껍질을 까서 버리고 가루를 만들어 쪄서 먹으며, 또 떡을 만들어 먹는다. 구황식물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나라 때의 약물학 책인 《신수본초新修本草》에 의하면 산모가 출산할 때 태아가 나오지 않으면 귀리의 줄기와 잎을 삶은 물을 마시라고 했습니다. 옛날에는 출산 촉진약으로 쓰였는데, 미끄러운 성질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