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꿀팁
원기를 보강하고 노화를 억제하는 최고의 약
한국 사람들이 기운이 없을 때 힘을 내게 하는 약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인삼이 아닐까 합니다. 여름이면 인삼즙과 삼계탕을 먹는 사람이 많은데, 더위를 물리치게 하는 보약 처방에는 거의 인삼이 들어갑니다. 이처럼 인삼은 더위에 원기를 상했을 때 기운을 차리게 할 뿐만 아니라 추위와 과로의 회복 효과가 탁월합니다.
인삼이 두루 많이 쓰이는 이유는?
인삼의 효능에서 가장 손꼽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대보원기(大補元氣)·익기(益氣), 즉 원기를 크게 보충하고 기를 돕는 것이지요. 인삼을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생명 활동을 유지하게 하는 근본이 되는 기를 돕기 때문이며, 그래서 오장을 두루 보충하고 면역 기능을 강하게 합니다. 기를 보강하는 것이 모든 질병의 예방과 치료의 관건이 되기에 보기제의 대명사인 인삼이 두루 쓰이는 것입니다.
인삼의 학명은 파낙스 진생(panax ginseng)인데 panax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의미로서 그리스어로 ‘모든’을 뜻하는 ‘pan’과 ‘약’을 뜻하는 ‘axox’가 합쳐진 것이지요. 실제로 인삼의 약효는 크고도 넓어서 수많은 질병에 대하여 효과를 나타내는데, 지금까지 꽤 많이 밝혀졌지만 그래도 완전히 규명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응급 상황에 먹은 인삼
기를 보강하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태로운 환자에게 인삼 한 가지만을 달인 독삼탕(獨蔘湯)을 먹였습니다. 중병을 앓거나 만성질환을 오래 앓거나 대량 출혈 후에 몹시 쇠약하여 탈진 상태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팔다리가 싸늘하며 맥이 가늘고 약할 때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심할 경우 부자(附子)를 추가하여 달이면 삼부탕(蔘附湯)이 되는데, 양기를 돌아오게 하여 기사회생의 묘약이 되기도 합니다. 심장의 양기를 북돋워주므로 저혈압의 치료에도 활용됩니다.
추위·더위·과로에도 좋은 인삼
인삼은 따뜻한 성질로서 몸을 양기를 넣어주므로 추위를 이길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삼계탕이나 삼귀익원탕(蔘歸益元湯)을 비롯해서 여름철 음식이나 보약에는 인삼이 들어간 것이 많은데, 더위를 이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지요. 더위로 인해 원기를 상했을 때 기운을 차리게 할 뿐만 아니라 중서(中暑: 일사병)의 치료에도 효과적입니다.
피로 회복 효과도 탁월하여 만성 피로와 병후 허약에 좋습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강제 수영 테스트에서 인삼을 먹인 그룹은 수영 시간 연장 효과를 나타냈지요.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9주 동안 인삼을 투여했더니, 운동 후에 생기는 혈중 젖산 축적량을 감소시키고 근육 통증과 현기증을 완화시키는 등 뚜렷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혈을 보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까?
인삼이 기를 보강하는 약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와 함께 우리 몸을 구성하는 혈을 보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상한론(傷寒論)》을 저술한 중국 한나라 때의 명의 장중경(張仲景) 선생은 “혈은 스스로 생겨날 수 없고 모름지기 양기를 생하게 하는 약을 얻어야 생겨나는 것으로 양이 생겨야 음이 생겨날 수 있으니 그래야 혈이 왕성해진다”고 했습니다. 기는 양에 속하고 혈은 음에 속하는 것이지요. 서양 의학에서도 인삼이 조혈 기능을 자극하여 혈구 생산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면역 기능을 높여주는 인삼
인삼이 감기나 독감을 비롯하여 각종 질병에 대한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인 병사(病邪: 병균, 바이러스에 해당)가 침범하는 곳은 반드시 정기(正氣)가 허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인삼이 원기를 크게 보충해줍니다. 그래서 한의학 문헌에는 인삼을 제사기(除邪氣)라 하여, 사기를 없애준다고 했습니다.
실험을 통해 인삼은 백혈구의 탐식능을 증강시키고 면역세포 가운데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기능)의 활성을 증강시키며 T세포(세포 매개성 면역 반응을 담당함)의 수를 증가시킨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
인삼은 혈맥을 잘 소통시키는 통창혈맥(通暢血脈)의 효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혈액순환을 잘되게 하여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원기가 약해지면 성인병이 발생하게 되므로 원기를 보충하는 인삼은 훌륭한 예방약이 되지요.
동물실험에서 고지방 식이로 고지혈증을 유도한 흰쥐에 인삼을 투여했더니 혈중 콜레스테롤이 떨어졌으며, HDL(high density lipoprotein,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인삼은 지소갈(止消渴)의 효능을 가지고 있어 당뇨병 치료 효과도 있는데, 인슐린 분비와 생합성을 촉진하여 혈당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혈당과 당화 헤모글로빈(HbAlc: 혈당 조절 상태를 반영하는 수치)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비만으로 인해 혈당 조절 기능이 약해진 당뇨병 환자에게 인삼 분말을 3개월간 투여한 결과 혈당이 저하되고 인슐린에 대한 감수성이 개선되었습니다.
성기능에도 도움이 될까?
인삼은 성기능 장애와 발기부전을 지칭하는 양위의 치료에 활용되어온 만큼 훌륭한 정력제로 손색이 없으며 불임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원기를 보충하는 효능이 크고 혈맥을 통하게 하기 때문이지요.
한의학에서 심한 만성 쇠약성 질병을 오로칠상(五勞七傷)이라고 하는데, 인삼이 주요한 치료제로 쓰여왔습니다. 칠상은 가장 위중해진 난치증을 말하는데, 성기가 차가워서 심한 성기능 저하 상태인 음한(陰寒), 발기부전인 음위(陰痿=陽痿), 정액을 저절로 흘리는 정루(精漏), 정액이 적거나 성분이 이상한 정소(精少) 또는 정한(精寒), 정자가 없거나 적은 정청(精淸), 소변을 지나치게 자주 보는 소변삭(小便數) 등입니다.
서양 의학적으로는 인삼의 주성분인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s)가 음경 해면체에서 산화질소(nitric oxide, NO)의 생성을 촉진하므로 혈관 확장의 중요 인자인 사이클릭 GMP(cyclic guanosine monophosphate)의 생합성이 촉진됨으로써 혈관 평활근이 확장되어 혈액 유입을 증가시켜 발기가 잘되게 합니다.
인삼은 동물실험에서 성선을 자극하고 성신경에 대한 흥분 작용을 나타냈으며, 정낭과 난소 중량을 증대시키고 정자 수를 증가시키며 정자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지요. 이러한 효과는 인삼의 사포닌(saponin) 성분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발기부전 환자에게 인삼을 투여한 임상 시험에서 남성호르몬을 정상 범위로 증가시키고 성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소화 기능을 돕는 효과
한의서에 인삼이 보중(補中)·조중(調中)·완중(緩中)의 효능이 있다고 쓰여 있는데, 비·위장을 보강하고 조절하고 회복(완화)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중(中)은 비·위장을 가리키는데, 오장육부 중에 비·위장이 가운데 있기 때문이며 오행(五行)에서도 비·위장은 중앙(中央), 토(土)에 속하지요. 그래서 인삼은 비·위장의 양기를 도와 뱃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므로 소화를 잘되게 하고 입맛을 좋게 합니다.
또한 위와 장이 차가운 것은 물론이고 설사·이질·곽란(霍亂: 식중독·심한 급성 위염 및 장염·수인성 전염병) 및 구토 등을 치료하지요. 인삼은 위궤양 치료 효과도 있는 것으로 동물실험에서 밝혀졌습니다. 위궤양과 위암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균(Helicobactor pylori)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입증되었습니다.
간과 폐에도 좋을까?
인삼은 간기능을 도와 독성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데, 동물실험에서 각종 독성 물질에 의한 손상에서 보호하는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또한 주독을 제거하므로 숙취 해소에도 효과가 있지요. 폐의 기가 허약한 것을 보강하여 기운을 끌어올려주고 천식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으니 폐의 기가 촉박하고 숨이 차며 짧은 것을 치료하고 천식을 멎게 합니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
인삼은 안정신(安精神)·정혼백(定魂魄)·영심(寧心) 효능이 있으니 정신을 안정되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그러니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을 증강시키고 신경쇠약을 치료하는데, 중추신경계의 흥분과 억제를 조절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익지(益智) 효능이 있어 지혜를 돕는다고 했으니, 뇌의 활동이 촉진되어 기억력을 증강시켜주므로 인삼을 먹으면 총명해지게 됩니다. 정신을 맑게 하며 눈과 귀를 밝게 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총명(聰明)인 것이지요. 영인불망(令人不忘)하는 효능도 있어 건망증의 치료에도 쓰이는데, 인지력을 향상시키고 기억력을 증진하며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노인성 치매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인삼이 들어간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찔까?
한의서에 인삼을 비롯하여 보약이 되는 약물이나 처방은 대부분 “구복경신내로(久服輕身耐老)”라고 쓰여 있지요.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노화가 억제된다는 뜻인데, 몸에 좋은 약은 절대로 살찌게 하지 않는 법입니다.
실제로 인삼에 콜레스테롤과 지방의 축적을 차단하는 비만 억제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콜레스테롤과 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ACAT 효소와 DGAT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여 체내의 지방 흡수와 축적을 차단함으로써 강력한 비만 억제 효과를 나타냅니다. 그러니 인삼이 들어간 보약을 먹는다고 살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항균·항바이러스 효과
인삼은 포도상구균·연쇄상구균 등에 대한 억제 작용을 나타냅니다.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를 일으키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인삼을 투여한 결과 면역세포가 증가되면서 에이즈 발병이 억제되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에이즈 치료약의 장기 복용에 의한 내성 유전자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항암 효과
인삼은 부정배본(扶正培本: 정기를 돕고 근본을 배가시킨다) 효능으로 면역 기능을 높여주어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데, 아울러 단단한 덩어리를 깨뜨려주는 파견적(破堅積) 효능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위암 혹은 식도암에 해당되는 반위(反胃)의 치료에 쓰여왔는데, 인삼이 주로 비와 폐에 작용하므로 위암·폐암 등에 효과적이지요.
그 밖에도 대장암·간암·난소암·백혈병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암 수술 후 회복기에 있거나 방사선 치료·화학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인삼의 항암 효과는 사포닌 성분과 다당체 성분이 DNA 손상을 보호하고 항염증 효과와 항산화 효과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항산화 작용
보기제인 인삼을 비롯하여 보혈·보양·보음제 등의 보약과 어혈을 풀어주는 한약재는 성인병과 노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실험 연구에 의하면 인삼의 페놀 성분이 지질 과산화를 억제하며 활성산소를 소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요. 또한 사포닌 성분이 혈관내피세포의 산화적 손상에 대한 방어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활성산소의 하나인 초과 산화물 음이온기(superoxide anion radical)를 분해하는 효소인 SOD(superoxide dismutase)의 활성을 증가시켜 나타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 외의 효과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니 NF-κB(Nuclear factor κB) 등의 염증 인자 단백질을 조절하여 PgE2(prostaglandin E2)의 생합성과 iNOS(inducible nitric oxide synthase: 유도형 NO 합성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여 산화질소의 생합성을 억제합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염증을 전달하는 물질이며, 산화질소는 염증 반응에 관여하여 DNA에 손상을 미쳐 세포의 성장을 저해시키거나 치사시킴으로써 활성산소와 함께 노화를 촉진하고 노인성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이지요. 그 밖에 진통 효과가 있으며, 알레르기·피부 미용에도 좋습니다.
인삼은 불로초일까?
앞에 설명한 효과로 입증이 되지만, 한의서에 “구복경신연년(久服輕身延年)”이라 하여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오래 살게 된다고 했으니 노화 억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지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생명 활동을 유지하게 하는 근본이 되는 기를 크게 보충하여 오장을 두루 보강하고 양기를 넣어줍니다. 또한 혈맥을 소통시키며, 추위·더위·과로에 대한 예방 및 회복 효과가 있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지력을 증강시키고, 후천의 근본인 비·위장을 보강하고 조절합니다. 아울러 당뇨병과 천식·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소화를 잘되게 하는 등의 효능도 있으니 노화를 억제하고 노인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서양 의학에서 봐도 강한 항산화 작용을 가지고 있고 면역 기능을 증진하며 항스트레스와 피로 회복 효과가 있으므로 외부로부터의 각종 자극에 대한 방어 능력과 회복력을 강화시켜 인체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 밖에도 고지혈증·동맥경화·천식·당뇨병을 비롯한 성인병을 예방하고 암과 비만도 방지합니다. 그래서 탁월한 노화 방지 약물이 됩니다.
우리 인삼과 외국 인삼의 차이
예로부터 중국에서도 고려 인삼을 매우 귀하게 여겼지요. 소설과 드라마 <상도>에서도 조선의 인삼이 청나라에서 높은 값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우리 인삼의 성분과 약효가 중국 인삼에 비해 탁월합니다.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이 최고 품질의 인삼을 탄생시키므로 중국이나 미국·캐나다의 인삼과는 견줄 바가 못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요즘도 중국의 의사들은 한약 처방에서 중국 인삼에 비해 고려 인삼은 3분의 1이나 5분의 1만큼의 양만 쓴다고 합니다.
인삼이 맞지 않는 사람은?
몸이 항상 뜨겁고 기가 왕성하여 맥박이 지나치게 힘차거나, 찬물을 즐겨 마시며 소변량이 적고 대변이 굳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알레르기 체질·아토피 체질에 맞지 않고,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도 열이 올라 혈압이 오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홍삼은 체질에 상관없이 누구나 먹어도 괜찮을까?
수삼을 2~3시간 정도 찐 다음 말려서 붉은색이 된 것이 홍삼(紅蔘)인데, 수증기에 찌는 것이 열을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차가운 성질의 음식을 찌면 찬 성질이 덜해지지요. 그러니 홍삼은 열이 많은 사람이 복용해도 괜찮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얘기입니다. 인삼을 쓰지 않아야 할 체질이나 병증에는 홍삼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썼다가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홍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백삼에는 없는 몇 가지 사포닌 성분이 생겨나는데, 매우 강력한 약효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폴리아세틸렌(polyacetylene)·페놀 성분의 함량도 백삼보다 홍삼에 많은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