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써먹는 독서
혜진 씨는 당황하면 무조건 저자세로 말하는 습관 때문에 억울한 적이 많다. 습관적으로 미안하다는 말로 얼버무리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자괴감마저 든다.
한번은 아들 진영이가 다니는 유치원 엄마들 모임에서 당황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렸다. 식당 카운터에서 음식값을 계산하고 있는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아들 친구인 규진이가 울고 있었고 그 옆에서 규진이 엄마가 진영이를 다그치고 있었다. 혜진 씨는 얼른 아들한테 달려가서 울고 있는 규진이에게 사과하라고 닦달했다.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해. 어서! 규진아, 미안해. 규진이 엄마, 미안해요.”
식당에서 아이가 울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 눈치도 보이고, 규진이 엄마가 다그치는 것을 보고 당연히 자신의 아들이 잘못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규진이가 울음을 그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니 진영이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혜진 씨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아들에 대한 미안함에 마음이 착잡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그 상황을 얼른 만회하기 급급해 습관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이 또 나온 것이다. ‘좀 더 차분히 상황을 파악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무슨 일인지 아이들 이야기부터 들어볼걸.’ 그러나 이미 타이밍을 놓친 후였다.
대인관계에서 대화의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대화를 잘하면 상대와 감정을 공유해서 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시의적절하게 말하는 것 역시 능수능란한 화술만큼이나 중요하다. 미안해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사과를 하거나, 실수한 상황에서 사과하지 않는 것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남긴다. 상황에 맞는 말을 때맞춰 적절하게 할 필요가 있다.
당황하면 무조건 사과부터 하는 사람들은 말하기에 앞서 생각을 빨리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사과하기 전에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하고 먼저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자꾸 긴장하는 버릇이 있다면 호흡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호흡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내는 훈련을 해보자. 긴장된다고 움츠리지 말고 연습을 통해 극복하자. 당황하는 대신 상대방을 살펴보면서 분위기를 파악하면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내가 하는 말이 제 기능을 다 하려면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사과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면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부당함을 제때 표현하지 못하면 뒤늦게 말을 꺼내기도 어려워 결국 내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친 말은 효력을 잃는다.
TIP
“호흡 조절만으로 말실수를 줄일 수 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속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호흡이 얕아지고 거칠어지며 빨라진다. 이때는 복식호흡을 하는 것이 좋다. 숨을 깊게 들이마셔 복식호흡을 하면 몸속 곳곳에 산소가 잘 전달되고 신체가 이완되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
느린 호흡을 하면 교감신경계의 긴장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 방출을 줄이며, 부교감신경계의 활동이 늘어나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복식호흡을 하면 긴장했을 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완화할 수 있으며, 말하다가 숨이 차거나 말이 빨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복식호흡 순서
1) 코로 숨을 깊고 크게 들이마시며, 입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2) 숨을 들이마실 때 가슴과 배에 각각 손을 대본다. 이때 가슴에 대고 있는 손과 어깨는 움직임이 없고, 배에 대고 있는 손만 움직여야 한다.
3) 들이마실 때 배 속에서 풍선이 부풀어 오른다는 상상을 하며 복부를 부풀리고, 내쉴 때는 배 속에 있던 풍선에 바람이 빠진다고 상상하며 복부를 수축시킨다.
4) 2~3초간 숨을 크게 들이쉬고 1~2초는 숨을 참은 뒤 4~5초간 천천히 숨을 내쉰다. 되도록 천천히 연습하고, 익숙해지면 숨을 들이마시는 시간과 내쉬는 시간을 점차적으로 늘린다.
처음 복식호흡을 할 때는 등을 대고 바닥에 누운 자세로 연습하면 편하다. 배 위에 책이나 쿠션을 올리고 배로 그것을 밀어내듯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한다. 복식호흡은 특별한 장소와 시간에만 연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또는 운전 중에도 얼마든지 연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