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돈공부
라이스톤의 역할
얍 섬에서는 라이스톤Rai stones이라는 가운데가 뚫린 거대한 돌이 전통적 화폐로 사용된다. 이 돌들은 크기가 아주 엄청난데, 어떤 돌은 가로 길이가 10피트(약 3미터)12에 이르고 무게가 픽업트럭만큼이나 나간다. 얍 마을에는 수십 개의 라이스톤이 흩어져 있다.
짐작할 수 있듯이, 사람들은 이 돌들을 갖고 다니면서 쓸 수 없다. 대신, 얍 섬의 사람들은 모두가 각 돌의 주인이 누구인지 기억하며, 지난 거래에 대한 기록을 머릿속에 남긴다.
예를 들어 족장의 딸이 목수에게 배 한 척을 사고자 한다면, 그녀는 자신이 소유한 라이스톤 한 개(예를 들어 해변에 있는 것)가 이제는 목수의 것이 되었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은 족장의 딸이 목수에게 라이스톤 한 개를 주었다고 서로 간에 말을 퍼뜨린다.
다음에 목수가 다른 사람에게 그 돌을 주고 싶어 할 때 마을 사람들은 이를 허락할 것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 기록에 따르면 그 돌은 이제 그의 것이기 때문이다. (짧게 말해 대다수의 마을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면, 그 사람은 돌을 쓸 수 있다.)
무형의 화폐
라이스톤 시스템의 인상적인 부분은 돌들을 물리적으로 전혀 움직이지 않아도 모든 종류의 경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집에서 반대편 마을에 있는 돌이라 해도 소유가 가능하다. 심지어 다시는 볼 수 없을 라이스톤이라 해도 사용할 수 있다.
수백 년 전, 라이스톤을 실은 배가 바다에 가라앉은 적이 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 돌이 분명히 해저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서로에게 그 돌로 값을 치렀다!
바꾸어 말하면, 라이스톤 시스템에서 돌들의 실제 위치와 움직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는 실제 위치와 움직임이 중요한 전통적인 유형 화폐 시스템tangible money system과 큰 차이를 보인다. 유형 화폐 시스템에서 우리가 소유하는 유일한 돈은 집에 있는 돈이나 몸에 지닌 돈이며, 누군가에게 값을 치르는 방법은 실물을 건네주는 것뿐이다.
이는 라이스톤 시스템이 무형 화폐의 한 형태임을 의미한다. 라이스톤은 우리가 무형의 돈으로 알고 있는 은행의 돈과 상당히 비슷하다. 지폐가 어디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심지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누군가에게 돈을 보낼 때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개인 없는 거래에 필요한 것, 신뢰
게다가 라이스톤 시스템은 민주적이다.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여러분이 어떤 돌을 갖고 있다는 데 동의하면 그 돌은 여러분의 것이다. 사람들은 M3에서처럼 신뢰하는 한 사람이나 기관이 자신의 돈을 추적하게 하지 않고, 전체 마을에 그 신뢰를 분산시킨다.
누가 돌의 주인인지 결정하는 이 민주적 시스템(다른 말로 합의)은 중개인이 개입하는 시스템과 비교해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합의를 거쳐 결제 내역과 돌의 주인에 관해 공동으로 일지를 쓰지 않고, 족장이 공식 일지를 쓰는 세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이 세상에서 얍 섬의 화폐 시스템은 M3와 비슷하게 돌아가며, 족장이 은행의 역할을 할 것이다).
족장은 쉽게 모든 이들에게 결제 수수료를 내도록 강요할 수 있고, 일지에서 전략적으로 결제 내역을 지워 돌을 훔칠 수 있으며, 일지 자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그 결과 지역 경제는 마비된다).
그래서 라이스톤 시스템은 무형인 동시에 중개인이 없다. 중개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문제없이 M3의 이점(마을에서 돌을 끌고 다닐 필요가 없다)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라이스톤은 우리가 앞부분에서 이야기한 ‘양쪽 세상 모두에 최적인’ 화폐 시스템의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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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무형 화폐 시스템에는 항상 신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기관이나 사람이 우리가 가진 돈을 정확하게 기록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만 우리의 돈에 대한 물리적 통제를 포기할 것이다.
얍 섬의 혁신은 중개인이 아닌 시스템에 신뢰를 둘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마음속으로 공유하는 거래 기록이었다. 한 사람이나 기관이 아닌, 마을 사람들(공유된 규칙을 따르는 사람들) 모두가 공유하는 합의 중심 시스템에 신뢰를 두면서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무형의 돈을 갖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