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보유하는 2가지 방법과, 그에 따른 3가지 문제점들 (ft. 유형자산과 중개인, 그리고 비트코인)

돈공부

자산을 보유하는 2가지 방법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자산을 보유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물리적 형태의 재화(현금, 금화, , 소금 등)를 소유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은행이나 조합과 같은 신뢰기관trusted institution에 자신이 보유한 돈을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형태의 방법에는 모두 문제가 있다.

현금이나 소와 같은 물리적, 즉 유형의 자산이 가진 단점은 아주 분명하다. 이들은 훔치기 쉽고, 온라인이나 장거리 거래(외국에 사는 사람에게서 현금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등)에서 쓰일 수 없으며, 위조될 수 있고, 보관과 운반이 어렵다.

중개인이 개입하는 돈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은행이나 지역 조합과 같은 신뢰기관이 개입하는 돈을 개발했다. 오늘날 우리가 이용하는 은행 계좌, 은행 대출, 신용카드, 수표, 기타 금융 수단 등 다양한 형태의 돈과 지불 수단이 이 범주에 속한다. 중앙기관이나 중개인middle man을 신뢰한다면 다음과 같이 유형 자산이 지닌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돈을 집에 보관하는 것보다 은행에 보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게 된다(은행 계좌를 매트리스 밑에 현금을 채워 넣는 것과 비교해보라).

빠르게 온라인 및 디지털 결제를 할 수 있다. 은행이 사용자의 계좌 잔액을 업데이트하는 것만큼이나 결제가 쉬워지기 때문이다(은행은 데이터베이스 어딘가에 있는 숫자들을 업데이트할 뿐이다).

신뢰기관이 모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기록하면 가짜 돈을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모든 사람이 가진 현금에 대한 중앙 기록은 없으므로 위조범을 가려낼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가짜 돈과 진짜 돈을 구별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중개인이 돈을 보관해줄 것이라고 믿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중개인이 개입하는 이러한 종류의 돈은 정말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현금을 사용하고 일부 상점들이 현금으로만 거래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중개인이 개입하는 돈(Middleman-mediated Money, 이하 M3)에는 결점이 있으며, 결점 대부분은 중개인이 존재한다는 바로 그 사실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 문제는 우리가 중개인에게 돈을 맡길 때 그들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보통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신용카드로 무언가를 결제할 때 가맹점은 돈을 모두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 처리기관에 얼마간의 수수료를 낸다(비자, 마스터카드, 디스커버는 1.5~2.5%,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2.5~3.5%).

페이팔PayPal을 통해 해외로 송금할 경우 수수료는 약 3%이고, 가맹점이라면 페이팔을 통해 돈을 받는 데도 약 3%의 수수료가 든다. 웨스턴 유니온Western Union, 머니그램MoneyGram, Xoom 또는 다른 송금 회사들을 통해 해외로 송금할 때도 몇 퍼센트가량의 수수료가 필요하다.

이제 왜 많은 상점이 현금만 받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최소 구매가를 정해두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M3의 또 다른 문제는 중개인이 권한을 허용할 때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는 세계 인구 중에서 은행 계좌가 없는 20억 명은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는 어떤 지불 수단(대부분 M3)도 이용할 수 없으며, 신용이 나쁘거나 아예 없는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M3의 마지막 큰 문제는 우리가 최근 그들에게 돈뿐 아니라 데이터까지 맡긴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고객의 돈을 잃지 않는 일은 꽤 잘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의 데이터 보안 관련 성적은 그 발밑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4년에는 1억 명에 이르는 JP모건 고객들의 데이터가 해커에게 유출되었고, 2019년에는 캐피털 원Capital One 고객 1억 명의 중요 정보(생년월일, 주소 등)가 유출되었다. 아마 가장 악명 높은 해킹이었을, 에퀴팩스Equifax에서 거의 1 5000만 명에 해당하는 미국인의 개인정보(사회보장번호 포함)가 유출되었던 사건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요약하자면 유형 자산은 불안정하고, 불편하며, 위조하기 쉽고, 현실적으로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중개인이 개입하는 돈, M3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만, 수수료와 접근성 부족, 그 밖에 다른 형태의 보안 문제를 수반한다. 우리는 지금 바로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돈의 무형성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돈의 무형성intangibility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M3는 중개인을 개입시키면서 우리에게 무형성을 제공한다. 돈을 관리하고 옮기는 기관을 신뢰한다면, 더는 유형의 돈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물론 중개인을 통하는 것에도 나름의 문제점이 있다. 무형성을 유지하면서 중개인의 개입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다시 말해 무형이면서 중개인을 통하지 않는 형태의 돈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 여러분은 우리가 여기서 뭘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세상에 알리기 수 세기 전, 이미 무형이면서 중개인을 통하지 않는 형태의 돈을 발명한 사람들이 있음이 밝혀졌다. 일단 이 사람들을 만나려면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미크로네시아의 얍Yap이라는 작은 섬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