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리듬의 정석, 1-1-3-4-2 법칙

써먹는 독서

리듬Rhythm도 중요하다. 글을 끊어 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리듬이 나온다. 그 리듬은 문장의 지문 같은 거다. 그래서 선수끼리는 딱 보면 안다. 글만 봐도 누군지, 누구의 글인지 알아차린다. 글이 가진 고유의 리듬 덕이다.

리듬의 정석!
1-1-3-4-2 법칙

짧게- 짧게- 조금 길게- 아주 길게-다시 짧게!

음악 시간, 혀끝에 걸리게 외웠던 ‘강·약·중강·약’ 이런 것처럼 글에도 정석의 리듬이 있다. 가장 기본 기법은 이렇다. 짧게- 짧게- 조금 길게- 아주 길게- 다시 짧게. 이 흐름을 숫자로 직관화한 공식이 ‘1-1- 3- 4-2’다. 예문부터 보자.

그런데 웬걸. 꼬닥꼬닥, 놀멍쉬멍 즐기라던 이사장의 젓가락이 초스피드로 오고간다. 그것도 맛있는 비계 부위만 ‘콕콕’ 골라 집는다. 뭐,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라고? 천만에다. 밥 때만큼은 예외다. 진검승부. 서 이사장과 기자의 젓가락이 일본 규슈 올레길에서 살벌하게 부딪힌다. 째쟁.‘

- 日 규슈 올레 3코스 올레창시자 서명숙과 걷다’ 중 -

필자가 쓴 기사의 엔딩 부분이다. ‘짧게-짧게-조금 길게-아주 길게-다시 짧게’ 흐름이 보이시는지.

리듬을 의식하라

끊어 치기를 할 때 기계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다. 리듬도 의식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1-1-3-4-2에 글자 수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숫자를 반드시 의식하고는 있어야 한다.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고? 역시 예문을 봐야 한다(《한겨례21》 ‘쫄지마! 실전 매뉴얼이 여기 있잖아’ 중).

• Before

늦었다. 뛰어간다. “신분증 좀 봅시다” 경찰이 막는다. 없다. 급하게 나오느라 주민등록증을 빠뜨렸다. 촛불집회가 열린단다. 나는 거기 안 간다.
• After

아(1)! 이런(2). 늦었다(3). 뛰어간다(4). 뭔가 막는다(5). “신분증, 주시죠(6)” 망했다(3). 없다(2).

원문 구성은 ‘3-4’의 흐름으로 시작했다. 이 글을 의식적으로 끊어 치고, 리듬을 넣어보면 이런 식이다. ‘1 - 2 - 3 - 4 - 5 - 6 - 3 - 2’의 글자 수. 물론 극단적으로 만든 구성이다. 이렇게 마음속으로 글자 수를 헤아리며 글을 써 보는 거다. 처음엔 힘들다. 손에, 의식에 붙지 않는다. 하지만 익숙해진다. 끊어 치고, 흐름에 따라 제법 길게 이어가다 보면 리듬이 생긴다. 어느 순간, 글이 나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내가 글을 끌고 가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이다. 리듬 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