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써먹는 독서
아이디어는 왜 필요한가? 아이디어가 없으면 타인의 아이디어가 내 아이디어가 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사명이 내 사명이 되기 때문이다.
아침 9시가 되면 기다렸다는 듯 전화벨이 울어대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화기를 붙잡고 소리를 질러가며 분주하게 뭔가를 한다. 내 아이디어가 없으면 그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 되고 만다. 늘 벌어지는 풍경인 만큼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변화는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린치핀>, <종족들>, <보랏빛 소가 온다> 등을 비롯한 18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 세스 고딘만큼 우리에게 '아이디어'에 대해 잘 알려줄 인물도 없다. 그의 책들은 35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고 그의 아이디어가 전파되는 방식과 리마커블한 마케팅 전략에 관한 글들은 수백만 비즈니스맨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요요다인과 스퀴두 등 여러 회사를 설립했고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블로그 중 하나다. 2013년 그는 '다이렉트 마케팅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최근에는 킥스타터(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통해 4권의 책을 연달아 출간함으로써 출판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책 출간을 위한 모금 캠페인은 단 3시간 만에 목표액에 도달함으로써 킥스타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출판 프로젝트로 기록되었다.
10개를 떠올리기 힘들다면 20개를 떠올려라
세스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해 힘겨워하는 사람들은 사실 신통찮은 아이디어도 별로 떠올리지 못한다. 반면에 좋은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은,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를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이 갖고 있다.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도 몇 개쯤은 반짝 나타나는 법이다."
20개가 넘는 회사를 설립해 그중 17개는 실패했지만 남은 3개가 성공한 덕분에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제임스 알투처 또한 세스 고딘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명성 높은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기업가,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보다 더 빠르게 거대하고 열성적인 팬덤을 구축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
제임스는 매일 아침 메모장이나 작은 노트에 아이디어 10가지를 적는 습관을 들이라고 강력하게 권한다. 이 연습은 '아이디어 근육'을 발달시키고 필요한 상황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준다. 아이디어의 주체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꾸준한 연습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디어 10개 떠오르지 않으면 20개를 생각해내면 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완벽한 아이디어를 꺼내라고 심한 압박을 가한다. 완벽주의는 아이디어 근육의 '적'이다. 우리의 뇌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당황스럽거나 바보 같거나 고통을 줄 것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걸 막으려고 한다. 이런 방어기제를 차단하는 방법은 뇌가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무엇이든 떠올려 아이디어 풀 pool을 풍성하게 채울수록 좋은 아이디어의 탄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당신에게 책을 쓰기 위한 꽤 좋은 아이디어가 5개 있다고 해보자. 우연히 책상 위에 놓인 책 <도로시와 오즈의 마법사>를 들추면서 '도로시와 월스트리트의 마법사'라는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이다.
캔자스 주에 사는 도로시가 어느 날 태풍에 휘말려 월스트리트 한복판에 떨어진다. 고향집으로 돌아가려면 월스트리트의 마법사(이를테면 골드만삭스의 CEO 로이드 블랭크파인 같은)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마법사는 도로시에게 '초단타 펀드 매니저'로 일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인가. 하지만 이 어이없는 스토리가 도로시라는 널리 알려진 동화 속 캐릭터를 더 현대적이고, 더 매력적이고, 더 입체적인 새로운 인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니, 분명 도움이 된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 같은 방법을 크레이티브한 아이디어를 짜는 데 활용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는 주변 책장을 둘러보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책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아 안타까운 책도 있을 것이다. 당신을 매료시킨 홍보 카피가 박힌 책도 있고, 진부한 제목 때문에 실패한 책도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서로 결합해 재미있는, 황당한, 누구도 들어보지 못했을 법한 이야기를 짜 봐라.
첫걸음을 뗄 수 있어야 진짜 아이디어다
제임스를 비롯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아이디어 노트는 대부분 두 개의 단으로 나뉘어 있다. 한쪽 단에는 아이디어 목록을 기록한다. 다른 쪽 단에는 각각의 아이디어를 끌어가는 '첫 번째 단계'를 적어놓는다. 이 첫 번째 단계의 기록이 중요하다. 첫걸음을 떼는 순간 아이디어가 당신을 이끌어줄지 몹시 흥미로워지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늘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버진그룹의 CEO 리처드 브랜슨을 예로 들어보자.
이제 막 자신의 사업을 한창 시작하던 무렵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즐겨 이용하는 항공사의 서비스가 그날따라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그는 노트 한쪽 단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항공사를 만든다.'
그러고 나자 피식 웃음이 났다. 아직 돈도 없고,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는 일개 잡지 발행인이 어떻게 항공사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웃다가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노트의 다른 쪽 단에 이렇게 적어 넣었다. '보잉사를 찾아간다. 내가 임대할 수 있는 비행기가 있는지 알아본다.'
리처드는 진짜 보잉사를 찾아갔고 항공기 두 대를 임대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이것이 곧 보통사람은 꿈도 꾸지 못했을 버진항공의 첫걸음이었다.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첫걸음을 떼는 게 너무 힘들게 느껴지는 아이디어는 버려라, 그건 갖고 있을수록 머릿속만 복잡해진다. 아이디어는 무조건 많아야 하고, 아이디어의 실행 플랜은 무조건 간단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것은 모두 '연습'일 뿐이다. 많은 걸 떠올리고 많은 걸 버려라. 폐기하라. 안 되는 걸 끌어안고 평생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매일 10개 아이디어 만들기' 연습
세스와 제임스를 비롯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강조했다.
"당신이 떠올릴 수 있는 근사한 사업 아이디어는 1년에 몇 개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재미다. 돈이 될 만한 게 아니라 흥미를 자극할 만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작성해야 한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아이디어 작성 목록은 다음과 같다.
- 내가 새롭게 만들 수 있는 낡은 아이디어 10가지
- 내가 직접 발명할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물건 10가지
- 내가 쓸 수 있는 10권의 책
- 구글, 페이스북 등을 이용한 사업 아이디어 10가지
- 내가 아이디어를 보낼 수 있는 사람 10명
- 내가 촬영할 수 있는 팟캐스트나 동영상 아이디어 10가지
- 중간 상인을 없앨 수 있는 업계 10곳
- 다른 사람들은 종교처럼 떠받들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 10가지 물건(브랜드)이나 가치(대학 진학, 내 집 마련, 메이저리그, 스마트폰 등)
- 내가 예전에 쓴 짧은 메모나 게시물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10가지 방법
- 친구가 되고 싶은 전혀 모르는 사람 10명(그런 다음 그들과 연락하는 첫 번째 단계가 무엇일지 모색한다)
- 어제 배운 것 10가지
- 오늘 평소와 다르게 할 수 있는 일 10가지
-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10가지 방법
전혀 다른 이야기를 찾아내라
결국 모든 아이디어는 '이야기'를 위해 존재한다. 큰 성공을 거둔 인물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졌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이야기의 입구와도 같다. 세스 고딘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잠잘 곳도, 먹을 곳도 풍족한 곳에 사는데 자꾸만 잘못된 것들을 떠올리는 악순환에 빠지곤 한다. 얼마나 많이 거절당했는지,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시도 때도 없이 떠올린다.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배신하거나 실망시켰던 일들 또한 기회만 되면 떠올린다.
대체 왜 그래야 할까? 왜 그것들을 기억해야 할까? 그런 기억들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까? 그럴 리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악순환에 매달려 있다. 매력적인 생각이 떠오를 시간이 없다."
세스에 따르면,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는 마인드와 환경을 갖기 위해선 먼저 일이 굉장히 잘 풀린 경우를 떠올려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감행했던 가슴 벅찬 시간을 떠올려야 한다. 누군가의 하루를 환하게 밝혀줄 수 있었던 뿌듯한 순간을 떠올려야 한다.
그렇게 한 순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으로 재정립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내게 어울리는 이야기를 풀어낼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세스는 다시 이렇게 덧붙였다.
"당신의 머리와 가슴 속에 있는 이야기가, 당신의 삶에 울림을 주지 못하면 즉시 사용을 멈춰라."
수많은 크리에이티블 디렉터들과 창의적인 아티스트들 또한 세스에게 동의하며 말했다.
"아이디어는 당신에게 주어지는 게 아니다. 당신이 직접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 들어가 아직 하지 못한, 차마 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이야기를 찾아내라. 그러면 당신은 게임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
아이디어에 굶주린 곳으로 가라
엄마와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바 있는 디자이너 린 고든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디어를 갖고 성공적인 사업을 하고 싶다면 답은 하나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곳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굶주린 곳으로 가라."
린 고든은 여러 해 동안 장난감과 영유야를 위한 물건들을 디자인하는 사업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그녀의 사업은 늘 난관에 부딪혔다. 미국의 장난감 회사들이 좀처럼 그녀를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리도 아니다. 대형 장난감 회사들에게는 린 고든이 제안하는 것 말고도 엄청난 아이디어들이 이미 한가득 쌓여 있기 때문이다.
린은 친분이 두터운 세스 고딘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세스는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린, 나랑 같이 책 사업이나 하는 게 어때? 출판업계는 제대로 보수도 못 받는데도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매일같이 자기 책상 위에서 다음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아마도 그들은 네가 팔려는 걸 사고 싶어 혈안이 될 걸?"
세스의 조언이 있고 난 두 달 후 린은 어린이들의 창의적 활동을 돕는 <52 활동 카드> 시리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녀는 출판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500만 세트 이상의 카드를 팔아치웠다.
최초의 10명에게 보내라
앞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추천한 '아이디어 작성 목록'을 살펴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리스트가 하나 있다. '내가 아이디어를 보낼 수 있는 사람 10명'이다. 이는 무슨 뜻일까? 세스는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픈 아이디어가 생겼다면 10명에게 말하고, 보여주고, 공유하라는 것이다. 이때 그 10명은 이미 당신을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만일 그들이 자기가 보고 들은 걸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의 아이디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소문을 내기 시작한다면, 이제 당신의 아이디어는 궤도에 올랐다고 봐도 된다."
엄청난 것을 만들려면 아주 작게 시작하라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도 우리는 아주 작게 시작해야 한다. 매 순간 '내가 남길 수 있는 가장 작은 족적은 뭘까?', '내가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 가장 소소한 프로젝트는?',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소규모 집단은 어디에 있을까?' 등을 자문해 볼 것을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권한다. 가장 작은 것은 달성하기 쉽기 때문이다. 세스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조언한다.
"우리는 가능하다면 큰 걸 고르고 싶어 한다. 큰 곳 속에는 숨을 곳이 많기 때문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절대로 숨어 있지 마라. 사람들이 당신을 찾을 수 있는 장소에 항상 있어라. 그곳에서 구명정이 몇 척 없는 사람들과 항해를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