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뛰어난 감각을 동원하라

써먹는 독서

 

 에드 캣멀은 스티브 잡스, 존 래시터와 함께 함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만든 인물이다. 현재 그는 픽사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와의 사장직을 맡고 있다. 5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았고 컴퓨터 그래픽의 중요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극찬한 그의 책 <창의성을 지휘하라>는 글로벌 CEO들과 언론으로부터 '역대 최고의 비즈니스서'로 평가받고 있다.

 

 애드 캣멀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것들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와튼스쿨의 애던 그랜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고의 '오리지널'이다.

 

 

 첫 번째 버전은 언제나 실패작이다

 

 공전의 히트작 <토이스토리 2>를 제작할 때도, <라따뚜이>를 만들 때도 에드 캣멀과 픽사는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시작해야 했다. 에드는 이렇게 말했다.

 

 "흔히들 최종 완성된 작품은 '초안'을 잘 다듬어 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는 완전한 착각이었다. 물론 모든 작품은 초안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가 처음의 초안과는 전혀 상관없는 결과물이었다. 마침내 나와 픽사의 직원들은 깨달았다. 첫 번째 버전은 언제나 실패작이라는 것을."

 

 에드의 말은 울림이 크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작품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려면 언제나 그 밑바탕이 되어준 아이디어, 시놉시스, 밑그림 스케치를 완전히 뛰어넘어 전혀 다른 것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아주 신선했던 아이디어도 그 전개과정에선 식상해질 수 있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그 아이디어를 수정, 보완, 개선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아이디어 자체를 지워버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한다. 

 

 물론 이때의 처음 아이디어가 막 탄생했던 처음과는 다르다. 에드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아이디어와 창의성의 진보는 백지 위에 처음 밑그림을 그리는 순간과, 그렸던 밑그림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그리는 순간 사이에 존재한다."

 

 그러니까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려면 초안을 그리고, 그걸 지우고, 다시 그리는 걸 반복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채 완성되는 것이다. '진부해지지 않으려면 그려지지 않아야 한다.'

 

 놀라운 애기다. 오랫동안 곱씹어보라. 분명 큰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읽지 못한다면 귀를 기울여라

 

 인간의 뇌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어떤 사람은 유난히 어려운 책을 잘 읽고, 어떤 사람은 숨어 있는 걸 곧잘 발견한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잘 듣고, 어떤 사람은 결정적일 때 설득력 있는 말을 잘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사물과 대상을 바라볼 때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감각을 선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에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시를 읽지 못한다. 시를 읽으면 몇 초도 안 돼 뇌 작동이 멈춘다. 언젠가 호머의 <일리아드>를 읽기 위해 끙끙대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그 작품이 운문시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 여성이 '그럼 읽지 말고 들어 보세요'라고 권했다. 그래서 오디오북 버전을 구입해 들어봤는데, 놀라우리만치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일리아드>가 그렇게 아름다운 작품인 줄 미처 몰랐다."

 

 그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인물이 되는 선결 조건으로 '해석력'을 들었다.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기회는 거의 없다. 따라서 기존의 것들을 독창적이고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게 크리에이터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간단히 말해 '창의력은 해석력이다', '독창성은 독창적인 해석력이다.'

 

 내가 남들보다 더 잘 해석할 수 있는 감각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분야가 아니라서, 내 취향이 아니라서, 내 능력이 부족해서, 나와 거리가 멀어서... 등과 같은 이유들이 당신을 진부한 사람으로 만든다. 한두 개의 강점을 극대화하면 모두가 탁웡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떠올려야 하는 순간이다.

 

 고등학생 시절 에드는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고 미술에도 뛰어났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진학할 무렵에 이르러 곰곰히 생각해보니, 디즈니의 애니메이터가 되기엔 자신의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물리학으로 전향했다. 물리학과 애니메이션이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에드는 결국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터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금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두 가지가 서로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는 예술에 대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은 예술이란 그림을 잘 그리는 법, 그리고 탁월한 자신만의 표현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하는 일은 끊임없이 '보는 법'을 배우고 훈련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