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트의 기본지침 4가지

써먹는 독서

 

 네트워크 효과(네트워크 내부성 network externalities이라고도 함)에서는 사용자 간의 연결이 중요하다. 의사소통, 공유, 소셜 같은 요소들이 성공을 결정짓는 단어가 되면서 디지털 시장 어디에서나 네트워크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업이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배워나가면서 다음의 네 가지를 마음에 새긴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제품의 품질로 이기려 할 필요가 없다

 

 두 기업이 서로 아주 다른 접근방식을 사용해 맞대결을 펼친다고 상상해보자. 한 곳은 뛰어난 제품, 멋진 디자인, 쉬운 사용법 등을 고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른 곳은 자신만의 혁신적인 기술보다는 재빠른 모방에 의존하면서 외관상 투박하고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제품을 마구 찍어낸다. 두 번째 기업의 방식으로는 도무지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이길 수 있다.

 

 이것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벌인 PC 전쟁 방식을 간략하게 설명한 것이다. 그렇다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임원들이 품질 향상과 혁신을 일부러 게을리했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우선순위를 다른 곳에 두었다는 말이다. 1994년 초 빌 게이츠 Bill Gates는 자신의 전략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우리는 네트워크 외부성으로 기회를 찾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단 시장점유율에서 1위에 올라서자 최종 소비자에게는 사실상 아무런 판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기존 고객들이 새로운 고객을 끌어모으는 영업자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결은 결국 끊임없는 '노력 대 투자비용 대비 가치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네트워크의 이점이 없는 제품은 품질 향상을 위해 파격적인 노력을 기울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제품 특성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네트워크 제품의 경우는 일단 선두에 올라서면 느긋이 앉아서 들어오는 돈만 세면 그만이다.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지 않아도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네트워크 효과가 제품 특징을 압도한다. 크레이그리스트는 모든 라이벌을 제쳤고, VHS는 베타맥스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이들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해서가 아니다. 더 높은 네트워크 점유율을 서둘러 차지했기 때문이다. 징가 Zynga가 제공하는 팜빌 FarmVille과 시티빌 CityVille 또는 최근 모장 Mojang이 만든 마인크래프트 Minecraft 같은 소셜 비디오 게임을 보라.

 

 그래픽이나 3D 기능성이 뛰어나지도 않고 온 정신을 빼앗길 만큼 재미있지도 않다. 일렉트로닉 아츠 Electronic Arts의 매든 NFL이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Blizzard Entertainment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와 비교해보면 암울한 수준이다.

 

 하지만 징가의 두 제품은 출시 몇 달 만에 각각 1,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이는 일렉트로닉아츠와 블리자드가 몇 년에 걸쳐 이뤄낸 일이다. 게다가 모장의 마인크래프트는 역대 비디오 게임 판매에서 2위까지 올라갔다. 징가와 모장 둘 다 완벽한 게임 제작에서 성공을 찾지 않았다. 게임의 네트워크화에서 성공의 기회를 발견했다.

 

 여전히 수많은 디지털, 미디어 관리자들이 연결 관계를 관리하고 찾아내는 대신에 제품 자체로 고객에게 다가가려 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미디어 소비가 늘 사회적인 요소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욱 그렇다.

 

 2006년 사회학자 매튜 샐거니크 Mattew Salganik와 덩컨 와츠 Duncan Watts는 다른 사람들의 선택이 개인의 음악적 취향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온라인으로 특이한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무명의 밴드가 연주하는 48곡의 노래를 듣고 마음에 드는 노래를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연구원들은 실험 초반에 참가자들에게 각각의 노래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했는지 알려주었다. 실험 결과, 노래의 다운로드 정보가 참가자의 취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많이 다운로드했다고 알려준 노래일수록 참가자들이 많이 다운로드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만으로 다른 사람의 선택이 취향에 영향을 준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참가자들이 비슷한 취향을 지니고 있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험 방식을 바꿔보았다. 연구원들은 노래의 다운로드 정보를 거꾸로 바꿔 참가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실제 다른 사람들이 가장 적게 다운로드한 48위 노래를 1위로, 두 번째로 다운로드를 적게 받은 47위 노래를 2위로 뒤바꿔 참가자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실제로는 가장 인기가 없었던 곡들을 참가자들은 훨씬 더 많이 듣고 다운로드했다. 단지 그 노래의 인기 순위가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들이 실제로 인기 있는 곡을 다운로드한 횟수보다 실제로는 인기 없는 곡을 다운로드한 횟수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그 효과는 장기간 지속되었다.

 

 음악 청취자 개인의 고유한 취향이 사회적 효과에 의해 눌린 것이다. 샐거니크와 와츠는 노래 실험을 통해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투에서 배워야 할 점을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사용자 간의 연결 관계라는 점이다.

 

 스콧 쿡 Scott Cook은 기술 분야에서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이 걸음마를 시작하던 30년 전에 그는 이미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분야의 거인 인튜이트 Intuit를 공동 설립했다. 사업과 기술 측면에서 모르는 게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바로 옆에서 관전하기 전까지는 아마 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1990년 대 말, 이베이가 온라인 옥션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을 때 야후와 아마존은 자신만의 옥션 서비스로 이베이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결심했다. 당시 야후는 웹상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 전송량을 자랑하는 홈페이지를 지닌 인터넷 강자였고, 이를 기반으로 새롭고 인상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야후 옥션 사이트를 홍보했다.

 

 전자상거래 분야의 거인이었던 아마존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무료로 거래할 수 있는 옥션 서비스를 제공했다(반면에 이베이는 수수료를 부과했다). 쿡은 이베이와 아마존 양쪽의 이사회에 참여했는데, 그는 그날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저스 Jeff Bezos가 내게 전화했고, 벤처 투자가 존 도어 John doerr도 아스펜에서 비행기로 날아와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베저스가 아마존 옥션을 시작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내게 이베이 이사회를 그만둬야 할 거라고 했습니다. 이베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어 있다면서요. 다른 업계였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지요. 아마존 같은 업계 최대 경쟁자가 자신의 제품을 모방해서 기술적으로 더 좋게 만든 다음 공격적인 홍보를 하고, 심지어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아마존이나 야후나 마치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지 않습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야후 옥션은 문을 닫았다. 아마존의 첫 옥션은 실패했다. 아마존은 나중에 마켓플레이스 Marketplace라는 이름으로 옥션을 재개장했고 잘 운영했지만, 독립된 옥션 비즈니스로서의 모습은 결코 보여주지 못했다. 쿡은 이 경기에 대한 자신의 관전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모든 결과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었어요. 네트워크 효과라는 것이 내가 여태 보았던 그 어떤 것보다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더군요."

 

 대단한 제품과 우수한 콘텐츠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미디어 세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쿡은 인터넷 초기 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1994년이나 1995년에 개인용 컴퓨팅 기술 학회에 가보면 모두가 웹이란 것에 집중했어요. 그때는 누구나 콘텐츠가 왕이라고 믿었지요."

 

 업계 전문가들은, 전 세계 어디로 가든 웹이 유통비용을 완전히 무료로 만들어줄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리고 콘텐츠 소유주가 인터넷을 지배하리라 예상했다. 콘텐츠라는 자산은 희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쿡은 이렇게 설명한다.

 

 

 "예상이 180도 빗나간 듯합니다. 많은 돈을 벌고 대성공을 거두고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모은 건 대체로 콘텐츠 없이 시작한, 또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려고도 하지 않은 기업들이었으니까요. 사람들은 야후를 조롱하며 이렇게 말했었죠. "잠깐만, 그냥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기 위해서 당신네 사이트로 사람들이 몰릴 거란 말입니까?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야후는 콘텐츠를 소유한 그 어떤 기업보다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구글과 페이스북을 비롯해 다른 기업들이 그 뒤를 이었다.

 

 다음에 인용한 쿡의 말이 바로 콘텐츠 함정에 관한 설명이다.

 

 "콘텐츠는 귀신입니다. 콘텐츠는 당신이 고객들을 즐겁게 해 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당신으로 하여금 사용자가 기여하는 부분을 무시하게 만들죠. 콘텐츠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자신만의 콘텐츠에 빠져들어요. 어떻게 하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콘텐츠, 즉 사용자 누구나 참여해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2. 네트워크는 실수에서 당신을 보호해준다

 

 조직이 직면하는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신기술, 경쟁력, 빠른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따라가는 일이다. 때문에 주위에서는 조직이 더 빠른 속도로 혁신해야 한다고들 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이런 선입견을 가볍게 뒤집어놓는다.

 

 앞서 보았듯이 네트워크 효과는 시장에서 승리를 안겨주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네트워크 전투에서는 패색이 짙은 자들의 반격이나 역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2010년 구글은 페이스북과 겨루겠다며 소셜 네트워크 구글플러스 Google+를 시작했다.

 

 구글플러스를 사용해본 사람들은 단체 영상 채팅, 개인 공간, 그리고 위치 공유, 전체화면 HD 등의 혁신적인 기능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구글플러스는 기존 사용자의 수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한 사용자는 이렇게 말했다. "계속 같은 문제를 겪습니다. 샌드박스 게임을 하고 싶은데, 참가자가 저 말고는 없어요."

 

 2년이 지난 후, 페이스북은 구글플러스보다 훨씬 더 많은 가입자를 끌어모았고 적극적인 사용자가 거의 2배 이상 늘어났다. 페이스북은 구글플러스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네트워크 시장에서 우위를 지켰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8이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보다 종종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개발자 네트워크의 부재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적인 노력은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애플은 20여 년 전 똑같은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었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12년 2퍼센트에서 2015년 2.7퍼센트로 증가한 게 다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속적인 혁신보다는 네트워크 효과가 경쟁 압박과 조직의 실수에서 당신을 보호해줄 가능성이 더 크다. 지난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만큼 새로운 기업들과 경쟁업체들에게서 많은 도전을 받고 어려움을 겪은 기업은 없다. 모바일 기기와 운영체제, 소셜 네트워크, 검색, 전자상거래, 광고 등 각 시장의 선두는 다른 기업들이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 선보인 제품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했다. 여러 번의 구조조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렇게 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의 힘이다.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구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닌 강력한 네트워크의 힘을 꺾지 못했다. 역으로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애플은 역사상 그 어떤 기업도 이루지 못한 5,00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가치를 창출했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 부분에서는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3퍼센트에서 7퍼센트로 증가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윈도우를 "전 세계에서 가장 원대한 비즈니스"라고 평한다.

 

 

 사람들은 종종 인터넷 기업의 성공은 창의성이 빛나는 자유를 고취하고 계급이 없는 열린 문화를 양성함으로써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성공 요인으로 작용할 때가 더 많다. 다시 스콧 쿡의 얘기를 들어보자.

 

 "오래전부터 제품 혁신에 있어서 중요한 화두는 과연 기업이 좋은 제품을 체계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인터넷 기업의 혁신적 능력에 대한 우리가 논해왔던 모든 것들을 볼 때, 연속적으로 혁신을 이뤄낸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한 번의 혁신을 이뤄낸 곳이 대부분이죠. 대부분의 기업들이 아직도 집중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제품 개발과 생산에 의존하고 있어요. 그러나 기업에게 높은 이윤을 안겨주고 경쟁사의 공격을 억제하고 상품의 제조 원가를 극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것은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기업에게 영원히 지속 가능한 이점을 제공하는 것이 네트워크 효과인 것이죠."

 

 그러나 네트워크 시장의 승자라고 해서 현실에 안주해도 괜찮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건 어느 조직에나 독이 된다. 사실 조직이 살아남고 성공하려면 집착증에 걸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승자가 천국을 맛보는 동안 패자는 지옥을 맛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문사는 안내 광고 시장에서 점유율을 엄청나게 넘겨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잃고 말았다. 한때 이베이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80퍼센트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했었다. 그런데 알리바바에 밀려 한번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한없이 추락을 거듭했다. 몇 년이 지난 후 이베이의 시장점유율은 5퍼센트 이하로 떨어졌고, 중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3. 네트워크는 더 많은 가치와 연결을 창출할 수 있다

 

 네트워크 제품의 내재적 기술 특성 intrinsic technology property에 대해 생각해보자. 다른 말로 하자면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그들의 예측 불가능해 보이는 행위에서 발생해서 입소문으로 이어지며 얻을 수 있는 혜택 말이다. 이런 사용자 간 연결 관계는 관리자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그저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2002년 아마존은 5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한 끝에 전자상거래에서 어마어마한 강점을 구축하게 되었다.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친사용자 플랫폼과 추천 엔진을 채택했던 것과 달리 아마존은 창고와 유통 운영을 통해 강점을 창출해냈다. 전국에 배송 센터를 짓고 최적의 배송 시간을 위해 알고리즘 개발에 투자했다.

 

 또한 월마트 Walmart를 비롯해 다른 경쟁업체에서 일하는 운영의 귀재들을 고용했다. 아마존은 그 누구보다 더 빠르게 더 싼 가격으로 미국 전역의 고객에게 제품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경쟁자들과 격차를 벌리면서 앞서 나가던 그때, 아마존은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내린다. 고객 주문 처리 과정과 창고 네트워크를 함께 사용하고 싶어 하는 제3의 소매업자 누구에게나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 이룬 결과물을 아마존은 왜 순순히 다른 이들에게 나눠준 것인가? 이런 결정은 아마존이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마존이 아무리 훌륭한 창고 네트워크를 구축해도 결국 다른 이들이 따라 할 것이다. 그러면 아마존이 쌓은 경쟁 우위는 사리지고 만다.

 

 하지만 소매업 플랫폼을 만들어놓고 누구라도 아마존의 고객들에게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아마존은 경쟁에서 새로운 위치를 개척할 수 있다. 아마존은 자신만의 제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얻어내기 위해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노렸던 것이다.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제품 판매에서 플랫폼 소유로 전략을 바꾸었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콘텐츠'냐 '플랫폼'이냐 하는 선택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신문사는 상근 기자를 두고 콘텐츠를 생산할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종합하는 역할만 할지 고민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다른 곳에서 만든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의 대량 수집과 자신만의 프로그램 제작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PRX 라디오 방송 네트워크는 라디오 방송사 운영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교환으로 초점을 변환했다. 독립적인 프로듀서들이 프로그램을 PRX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어느 방송사에서든 이를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007년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내부적으로 개발한 제품에 치중하던 데서 제3의 개발자가 페이스북을 이용해 앱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다음 해에는 한발 더 나아간 플랫폼 전략을 담은 커넥트를 내놓으면서 다른 사이트의 사용자가 페이스북 친구의 정보를 외부 사이트에서 자유롭게 이용하고 댓글이나 리뷰를 업로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08년 애플은 스마트폰용 앱스토어를 시작하면서 주로 애플 앱을 운영하는 기기에서 다른 앱도 운영 가능한 기기로 전략을 바꾸었다.

 

 마켓플레이스, 플랫폼, 커넥트, 앱스토어는 시장에서 고전하는 기업의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 아니다. 디지털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다. 제품에서 플랫폼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얻는 이익은 엄청나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판매는 매년 25~30퍼센트씩 성장했다. 이는 2002년과 2003년에 비해 거의 2배에 이른 성장률이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페이스북 액티브 유저는 5,000만 명에서 10억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는 플랫폼과 커넥트 출시 이전에 비해 2배나 빠른 속도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출시하고 1주일도 채 안 돼서 아이폰 사용자들이 다운로드한 앱은 1,000만 개가 넘었다. 이 사례들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하지만 연결 관계를 활용하는 전략 구사는 그보다 더 좋은 일이다.

 

 수년간 호텔들은 새로운 건물을 짓는 방법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Airbnb는 다른 길을 택했다. 방이 필요한 사람과 방을 가진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일에 중점을 두었다. 우버 Uber도 방 대신 자동차를 이용했을 뿐 똑같은 방식을 택했다(우버의 경우 개인택시 사업자들과 함께 고급 차량을 이용해 프리미엄 콜택시 사업을 벌였을 때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긴 했다. 하지만 운전자와 승객이면 누구나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을 열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었다).

 

 에어비앤비 임원이 최근에 트위터에 올린 솔직하면서도 다소 과시적인 글을 보면 '제품 대 플랫폼' 전략의 명암이 여실히 드러난다. "메리어트 Marrot 호텔은 올해 3만 개의 방을 더 지으려 한다. 그 정도의 객실을 우리는 2주 안에 만들어낼 수 있다."

 

 핵심은 네트워크가 단순히 기술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1960년에 나온 포켓몬 Poketmon 카드는 그저 재밌고 귀여워 보였지만, 그 카드의 진정한 가치는 사용자 간 카드 트레이드에 있었다. 통신업체, 소액 거래 은행, 항공사 모두 사용자 개개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경쟁을 벌인다.

 

 그러면서 '친구와 가족'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수의 사용자를 겨냥하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와포랩스 WaPo Labs가 개인용 맞춤 뉴스 사이트인 트로브 Trove를 처음 내놓았을 때는 반응이 그닥 좋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맺은 후에는 몇 달 안 돼서 사용자가 1,000만 명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미 기업가들은 연결 관계를 창출해내고 있다.

 

 

 4. 네트워크 효과의 수익과 규모의 수익은 다르다

 

 애플이 개인용 컴퓨터에서, 그리고 신문이 안내 광고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다. 분명 네트워크가 존재하는데 기업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기업들이 직면한 두 번째 어려움 역시 기업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그것은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 눈을 뜬 관리자들이 아무데서나(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까지) 네트워크 효과를 찾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꿈꿨던 그루폰 Groupon을 살펴보자. 그루폰 설립자는 오랫동안 기업이 네트워크 효과 덕을 보고 있다며 자신은 승자독식 방식을 즐긴다고 말하곤 했다. 그루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그루폰과 거래하려는 업자들이 많아졌고, 이는 또 더 많은 사용자를 불러들였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였다. 그리고 구매자가 많지 않으면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직접 네트워크 효과도 있었다. 그루폰은 빠른 성장을 거듭한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발돋움하며 네트워크 효과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루폰의 네트워크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업자들은 그루폰 외에도 여러 사이트에 쉽게 물건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루폰에서 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구매자 수가 무리할 정도로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거래가 성립되었다. 소셜이라는 특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루폰에서 의미 있는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났다기보다는 규모의 혜택을 보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루폰은 확장을 거듭하며, 소규며 기업들은 엄두도 냊 못할 정도로 많은 판매 인력을 고용하고 마케팅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기하급수적인 성장이나 승자독식의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2011년 11월 주식 공개상장 이후 그루폰의 주식은 몇 달 안 돼 시가총액의 75퍼센트가 날아갔다. 그 이후 그루폰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규모의 수익과 네트워크 효과의 수익을 혼동하는 문제는 흔히 발생한다. 규모의 수익은 고정비에서 나오지만 네트워크의 수익은 의사소통에서 나온다. 시장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지니고 앞서가면 모든 것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규모에 의존해 경쟁한다면 다른 이들도 똑같은 고정비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한 당신을 따라잡을 것이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언제나 콘텐츠 자체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 한다. 그런데 이것이 함정이다. 콘텐츠의 힘은, 네트워크 효과의 강력함을 지닌 사용자 연결의 힘에 점차 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