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에 놓인 신문사의 진짜 문제

써먹는 독서

 

 신문사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나 다름없는 듯하다. 흔히들 말하는 이유는 뻔하다. "독자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으니까!" 왜 그렇겠는가? 온라인 뉴스는 대부분 무료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다. 새로운 정보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자기가 원하는 내용만 골라 볼 수 있다. 다른 사람과 교류도 할 수 있고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디지털 버전이 이렇게 월등한 우위를 접하는 분야가 신문 말고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런 이유들로 뉴스 산업은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아니 그렇지 않다. 사실은 다르다. <그림 1>는 미국의 가구당 신문 구독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줄어드는 각도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인터넷 때문이니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림 2>은 똑같은 자료지만 가로변에 연도를 기입한 그래프다.

 

 

<그림 1>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가구당 신문 발행 부수

 

 구글의 수석 경제학자 할 베리언 Hal Varian이 미국신문협회에서 제공한 미국 내 모든 신문의 발행 부수를 토대로 작성한 자료다.

 

 

<그림 2>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가구당 신문 발행 부수

 

 1947년부터 2007년까지의 자료. 그 이후 2014년까지 '같은 기울기'로 그래프가 하강함.

 

 

 독자 수의 감소를 디지털의 영향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독자 수는 60년 전부터 차츰 감소해왔으니 말이다.

 

 1950년대에 라디오와 뉴스 방송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된 독자 수 감소는 1960년대 케이블 TV가 등장하고 뉴스 채널이 247개로 늘어난 이후로는 독자 수 감소가 멈출 줄 몰랐다. 요지를 말하자면, 인터넷이 신문에 끼친 영향이 그 이전의 다른 요인들이 끼친 영향보다 크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문이 지닌 진짜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다. 그중 하나가 종이 신문들의 비용 구조다. 신문의 제작과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부분, 경제 용어로 '고정비 fixed costs'다. 고정비는 독자 수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기자, 인쇄 시설, 관리와 유통 등의 경상비, 즉 기사를 쓰고 신문을 인쇄해서 독자의 집 앞에 배달하기까지 연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정 경비가 지출된다는 말이다.

 

 성장 단계에서는 고정비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자 수가 수천 명만 늘어나도,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에 큰 변화는 없으니 수익은 껑충 뛴다. 독자 수가 많아지면 1인당 들어가는 고정비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독자 수가 하락하는 단계에서 고정비는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 독자 수가 3퍼센트만 감소해도 이익은 바로 손익분기점을 위협할 정도로 떨어진다.

 

 이렇게 보면 인터넷 시대를 맞아 신문사가 고전하는 이유가 고정 비용 때문이라는 설명이 그럴듯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1950년 이후 1970년대까지는 가구당 구독률은 줄어들었지만 인구가 늘어난 덕분에 구독률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인구 증가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할 무렵인 1980년대에는 신문의 전체 구독률도 줄어들었다.

 

 그래도 상황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많은 신문사들이 구독료를 인상함으로써 구독자 감소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상위 25위 안에 드는 신문사들은 지난 20년 동안 편균적으로 구독료를 50퍼센트 인상했다. 이 덕분에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독자 수가 감소했는데도 신문 판매 수익은 증가했다. 그러니 고정비가 신문이 겪는 위기의 주범이라고 할 수도 없다. 주요 원인은 다른 데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금세 드러나지 않으면서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진짜 원인에 접근해보자. 진짜 문제점은 콘텐츠나 비용 구조가 아니라 연결 관계와 관련이 있다. 신문의 광고 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신문에 실리는 광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소매 광고 retail ad이고, 다른 하나는 안내 광고 classified ad(신문 뒤편으로 밀려난 자동차 광고, 구인 광고, 부동산 광고 등)이다.

 

 1994년에서 2008년까지, 신문의 소매 광고가 약간 증가하는 동안 안내 광고는 20퍼센트 감소했다. 신문사의 수익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 이후로 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미국 신문의 안내 광고 수익이 자그마치 75퍼센트나 감소했다. 39퍼센트 줄어든 소매 광고에 비해 감소량이 거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그림 3> 참조)

 

 

<그림 3>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신문 수익

 

 2000년 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파란 부분(안내 광고)이 줄어드는 정도 만큼, 녹색 부분(온라인 광고)이 새롭게 생기고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빨간 부분(소매 광고)는 큰 변화가 없다.

 

 안내 광고의 감소 자체가 놀라운 건 아니다. 정작 놀라운 점은 안내 광고와 소매 광고 그리고 신문 발행의 수익이 감소하는 차이다. 이 세 부분 모두 온라인이 제공하는 실시간 업데이트, 더 뛰어난 검색 능력,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매체 형식, 언제 어디서고 가능한 접속, 낮은 가격이라는 동일한 위협 요인에 취약하다. 그럼에도 유독 안내 광고 수익이 훨씬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 내용을 정리한 <표 1>를 참조하기 바란다.

 

 왜 안내 광고 부분만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것일까? 신문 판매 수익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해답은 사용자 행동에서 찾을 수 있다.

 

 

<표 1> 부분별로 신문에 가해지는 온라인의 위협

 

 

 독자는 뉴스가 궁금할 때 자기에게 가장 알맞은 소식을 제공하는 뉴스 사이트를 찾는다. 하지만 안내 광고를 읽는 '구매자'는 광고 수가 가장 많은 곳을 찾는다. 즉, 뉴스의 경우 품질과 특징이 의사결정이 기준이 되지만, 안내 광고는 홍보하는 광고주의 수가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요인이 된다.

 

 이 간단한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수입 창출 면에서 뉴스의 경제학은 독자들을 한 명씩 끌어들이는 방법에 의존한다. 반면, 안내 광고의 경제학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연결 관계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결과물이 원인이 되어 더욱 증폭된 결과를 불러오는 양성 피드백 고리 positive feedback loops에서 비롯된다. 전문용어로는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는 또 다른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효과를 발휘함)라 한다.

 

 광고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구매자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많아진 구매자는 더 많은 광고를 끌어들인다. 정리하자면 신문 뉴스와 온라인 뉴스 사이의 구독 결정은 독자 한 명 한 명이 개별적으로 하는 선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반면 신문 안내 광고와 온라인 안내 광고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냐는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 결과 뉴스 전쟁에서는 기업의 규모가 아무리 커도 시장의 독자들과 일대일로 싸워야 한다. 안내 광고 전쟁에서는 양성 피드백 고리의 힘을 받은 선도자가 점점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다가 결국엔 전체 시장을 차지하게 된다.

 

 

 이는 결국 구글이나 CNN.com, 뉴스 블로그를 포함한 모든 온라인 뉴스가 신문의 진짜 위협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신문 독자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속도는 상당히 느리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첫 13년 동안은 <뉴욕타임스> 독자의 평균 감소율이 7퍼센트였다. 감소율이 1년에 0.5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80년 만에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간을 포함하면 1년당 감소율이 약 1.5퍼센트까지 상승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인터넷 시대를 맞아 매년 <뉴욕타임스> 독자 100명 중 한두 명이 떠났다는 말이다. 다른 주요 일간의 상황도 별다르지 않다.

 

 신문을 위협하는 주범은 바로 구직사이트 몬스터닷컴 Monster.com, 온라인 벼룩시장 크레이그리스트 Craiglist, 트레이더 온라인 Trader Online이다. 인터넷은 신문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하지만 안내 광고의 피드백 고리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원래 신문 혹은 뉴스를 생산하는 곳이 한 도시에 하나만 있으란 법은 없다.

 

 하지만 피드백 고리, 특히 승자가 독식하는 안내 광고의 특성 때문에 미국 대다수의 도시에 신문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내 광고가 일단 옮겨가기 시작하면 이동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는 이유도 피드백 고리 때문이다.

 

 뉴스의 미래를 논하는 회의를 살펴보라. 점점 거세지는 디지털 위협에서 더 많은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신문사들의 아우성이 들릴 것이다. 하지만 안내 광고의 역학을 이해하고 난 뒤 이런 소리를 들으면 신문사들이 늘, 심지어 최근까지 보조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진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신문사의 잘못은 더 빠르게, 더 싸게, 더 나은 뉴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런 잘못된 믿음은 콘텐츠 함정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신문사의 진짜 잘못은 안내 광고에서 들어오는 수익을 보호하지 못한 것이고, 수익의 온라인 이동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사용자들의 '연결 관계'를 잡아두는 경쟁에서 디지털보다 한 발 늦은 것이다.

 

 이런 연결 관계의 역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 어떤 노력이나 창의적인 전략으로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연결 관게를 알아내기만 한다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