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지배하는 원칙, 단순함 - 상품단순화(2)

써먹는 독서

좋은 택시 운전사의 가치는

형편없는 운전사의 두세 배다.

그러나 좋은 디자이너의 가치는

형편없는 디자이너의

100배, 200배에 달한다.

- 스티브 잡스 -

 

 

혁신 2단계 : 유용성 강화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쓸모 있게 만드는 데도 다섯 가지 방안이 있다.

 

 1. 성능을 다양화하라. 성능을 더(혹은 덜) 강화하라.

 2. 품질을 개선하라.

 3.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되 편의성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으로 제한하라.

 4. 광범위한 상품을 제공하라.

 5. 개인의 필요에 맞추라.

 

 

 일부 제품들은 유용성 면에서 다섯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 사례를 들어 보자.

 

 - 페이스북은 인터넷용 '소셜 운영 체제'를 제공한다. 이들의 목표는 사용자들의 온라인 소통의 중심부에 자리 잡는 것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소통 방식과 비교해 볼 때 페이스북은 위의 다섯 가지 요건에 모두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편의성을 늘 보장해 주면서도 광범위한 활동을 제공한다.

 

- 트립어드바이저와 구글 서치와 우버 또한 위의 다섯 가지 요건 모두에 부합된다. 1920년대 제너럴모터스도 위의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

 

 

 다른 제품들은 다섯 가지 중 대부분의 요건을 충족한다.

 

 -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과거에 고안된 어떤 프레임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독창적인 의사결정 프레임(캐시카우와 도그와 스타와 물음표로 구성된, 유명한 보스턴 박스)을 제공했다. 보스턴 박스는 더 강력하고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객 기업은 새로운 역량(상대적 시장 점유율)을 모니터링하면서 시장 내 자신의 정확한 위상에 맞추어 이 프레임을 적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용성을 증대하는 한두 가지 방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 스타벅스의 유용성은 이 공간이 쾌적한 환경을 갖춘, 만남에 편리한 장소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스타벅스에서는 음료를 다 마셨다고 곧장 나갈 필요도 없고 인터넷 와이파이도 무료로 쓸 수 있다. 게다가 커피 메뉴도 다채롭다(물론 질은 뜨거운 논쟁거리다).

 

 - 소니의 워크맨이 유용했던 주된 이유는 탁월한 음질 때문이었다. 소니의 경우 음질을 제외하고는 유용성의 유용성의 진전이 별로 없었다. 물론 워크맨의 가장 큰 유용성은 휴대가 간편다는 점이었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지는 않아도 되었으니 말이다.

 

 

 대다수의 상품 단순화 사례에서는 대개 유용성이 증대되는 경우가 많지만 유용성 증대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부 사례도 있다. 가령 웡가와 집카의 경우 편의성(특히 대출이나 차량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제품의 기본적 유용성(단기 대출과 차량 대여) 면에서 눈에 띄는 혁신은 전혀 없었다.

 

 ★상품을 단순화하는 기업의 중요한 특징은, 어느 곳을 막론하고 유용성을 강화한다고 사용자의 경험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상품의 유용성 증대는 편의성의 증대와 항상 연계된다.

 

 

 제품 혁신 3단계 : 아름다움 증대

 

 '예술성'이란 유용성이나 편의성으로 환원할 수 없는, 상품의 매력을 증가시키는 모든 것이다. 예술성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외관과 짜임새, 그것이 고객에게 주는 느낌, 그리고 그것이 소비를 훌륭한 체험으로 바꾸어 놓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예술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인물이다. 애플 2를 만들 당시 그는 쿠진아트라는 식품 가공기 회사에서 5년 먼저 도입한 혁신적 푸드 프로세서food processor(모터와 날과 원형 날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식품을 잘게 다지고, 자르고 저미거나 갈 수 있도록 한 기계)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둥글로 투명한 모양을 한 이 제품은 쓸모가 클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작품이다.

 

 잡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애플의 컴퓨터는 '친근해 보이게' 제작해야 한다고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이러한 독창성이야말로 경쟁사에는 없는 잡스만의 장점 중 하나였다. IBM의 디자이너들(아무리 유능했다 해도)이 '따스하고 친근한' 기기라는 개념을 이해했으리라 상상하기는 힘들다. 잡스는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의 목표는 현대 미술관에 걸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이 원칙을 마더보드motherboard(CPU와 주기억 장치 및 주변 장치 접속을 위한 소켓을 탑재한 기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에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는 "나는 상자 안에 담겨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까지도 가능한 한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위대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 옷장 뒤판이라고 해서 형편없는 목재를 쓰지는 않으니까요" 라고 말했다.

 

 첫인상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기기를 열어서 부품을 만질 때의 느낌만으로도 우리 제품이 어떤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이 책, <무조건 심플>의 저자인 리처드 코치와 그레그 록우드가 확인한 상품 단순화 사례들 중 90퍼센트 이상이 제품 라인에 아름다움이라는 요소를 실질적으로 추가한 것들이었다고 한다. 미적인 요소를 제품에 적용한 가장 초기 사례 중 하나는 알프레드 슬론이 제너럴모터스의 자동차 모델을 매년 새롭게 바꾸기로 결정한 일이었다.

 

 슬론은 "자동차의 외양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중요한 요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외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라고 말할 만큼 자동차 외양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오늘날 구글과 트위터와 스포티파이 등 웹 기반의 기업들은 웹의 외양에 심혈을 기울인다. 2007년 <뉴욕타임즈>에 실린 어느 예언적 기사는(당시 SNS 기업이던 마이스페이스는 페이스북보다 규모가 3배 더 컸다) 페이스북의 '깔끔하고 통일된 외양'이 마이스페이스의 어수선한 배열과 얼마나 다른지 강조했다.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해 본 한 사용자는 페이스북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들여다 보는 반면 마이스페이스 계정은 더 이상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이스페이스는 지나치게 어수선한 데다 스팸도 많아요. 그 성가신 것들을 감내할 만큼 가치가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라고 평가했다.

 

 아름다움은 제품을 더 단순하게 만들 수도 있고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이 지향해야 할 상품은 단순화한 상품, 말이 필요 없다고 느껴질 만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상품이어야 한다. 처음 출시된 매킨토시 컴퓨터의 테스크톱 아이콘, 그리고 아이팟과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터치스크린에서 우리는 에술성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이 사용자들을 매료시킬 뿐 아니라 이들의 삶을 더 쉽고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을 알게 된다. 최상의 예술적 단순화는 그 자체로 중요할 뿐 아니라, 명백히 편의성과 유용성이라는 편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베스파 스쿠터는 예술성이 편의성과의 매끈한 결합을 잘 보여 주는 실례이다. 1946년에 첫선을 보인 이 스쿠터는 구상 단계부터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하는 기계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옷을 잘 차려 입은 운전자들도 쉽게 탈 수 있었다. 정장을 입은 남성들과 발목까지 올라오는 치마를 입은 여성들은 비싼 옷을 더럽힐 위험 없이 스쿠터를 몰 수 있게 되었다.

 

 특허장에 의하면 이 모터사이클은 '흙받기와 모든 부품을 덮는 엔진 덮개가 달린' 프레임이 있어 '우아한 외관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면서도 먼지와 진흙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해 주는 방편'을 제공했다. 1953년 영화 <로마의 휴일>에는 오드리 헵번이 두 다리를 모으고 그레고리 펙의 베스파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1960년대에도 베스파 스쿠터는 여전히 패션의 첨단을 상징했다. 이 유명세는 비틀스, 그리고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연출한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술성을 통해 제품의 편의성과 실용성을 강화한 또 하나의 상품은 다이슨의 백리스bagless 진공청소기다. 이 제품이 기존의 진공청소기보다 더 쓰기 쉬운 이유는 쓰레기가 모이는 종이봉투를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성능 향상은 특허를 받은 원심 분리 기술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게다가 청소기가 무엇을 발아들이는지 볼 수 있게 설계한 덕에 청소기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또한 예술적 단순화의 성과다.

 

 예술성은 제품을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요소다. 물론 예술성은 상품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성이 어떤 형태를 띠더라도 신상품을 만드는 과제를 안고 있는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은 제품을 단순화하는 동시에 애용품으로 만드는 두 가지 과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형편이 허락하는 한 독창성이 풍부한 재간꾼을 디자이너로 고용하되 일을 의뢰하기 전에 그들이 진정으로 당신의 제품을 좋아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무조건 심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