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지배하는 원칙, 단순함 - 상품단순화(1)

써먹는 독서

디자인했다는 것을 감출수록 더욱 좋은 디자인이다.

- 디터 람스 -

 

 

 자본주의가 도래한 이후 최근 100년간 시장에서 내노라 할 만큼 성장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공통된 가치를 추구해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어떤 것이든지 '단순화' 한다는 것이다. 단순화하는 방법은 단순하게도 두 가지있다. 상품 단순화가격 단순화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단순화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단순하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성이 요구된다.

 

 먼저 상품 단순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애플의 모든 제품을 디자인했다고 하더라도 무리 아닐 정도로, 애플 브랜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조너선 아이브의 말을 통해 단순화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참된 가치와 의미를 엿볼 수 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되, (사용자는) 그 해결이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단순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이었는지 짐작조차 못 해야 한다."

 

 상품 단순화에서는 디자인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표는 제품을 애용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쓰기 더 쉽게 만드는 것, 그다음 목표는 가능하다면 더 쓸모 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경쟁사의 것보다 더 쓸모가 많고 아름답지만, 사용자의 생활을 더 간편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상품 단순화는 아예 없었던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신제품은 나름 훌륭하겠지만 그 정도의 훌륭함은 위대함이라는 아름다움에 비할 바가 안된다.

 

 1963년 출시된 포르쉐 911이라는 스포츠카는 다른 어떤 스포츠카와도 다른 운전 체험을 제공했다. 이 스포츠카는 또한 근사한 예술 작품이었다. 그러나 포르쉐 911은 운전하기 쉽게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엔진을 후방에 장착했고 통상적인 중량 배분(자동차를 정지시킨 상태에서 앞바퀴와 뒷바퀴에 차량 중량이 어느 정도로 배분되어 있는지를 의미한다. 스포츠카는 보통 50:50:이 이상적이다.)을 하지 않아 운전하는 데 상당한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동차광들은 이러한 특징을 포르쉐 911의 매력 중 하나로 보겠지만, 바로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포르쉐 911은 상품 단순화 요건에는 자격 미달이다. 또한 포르쉐 911은 유사한 스포츠카들보다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싸거나 제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이 스포츠카는 가격 단순화의 조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대체로 심플함은 포르쉐 자동차나 롤렉스 시계 같은 사치품에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사치품 시장은 가격에 민감하지 않으며, 복잡성은 대개 그 제품의 매력 중 하나로 간주된다.

 

 성공적인 상품 단순화의 모든 실례들은 편의성 증대를 꼭 포함하고 있다. 편의성은 고객이 제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속성이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것보다 사용하기 더 쉬워야 더 많은 사람이 쓰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예외 없는 진실이다.

 

 상품 단순화의 경우에서는 더 쓸모 있고, 혹은 더 아름다운 제품을 생산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물론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은 빈번히 이루어진다).

 

 

 

 제품 혁신 1단계 : 편의성 증대

 

 첫 단계인 편의성(사용자로 하여금 제품이 쓰기 쉽고 단순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의 중요성은 다른 요소들의 총합 그 이상이다. 이 단계는 사용자에 대한 공감뿐 아니라 단순화에 대한 참된 소명의식을 요구한다.

 

 전자 기기를 더 탁월하게 디자인할 사람은 누구일까? 컴퓨터를 조작하는 일이 너무 어려워 그야말로 큰 기술을 필요로 한 옛날에도 컴퓨터를 친근하게 대하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일까? 아니면 컴퓨터 조작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한 사람일까? 다음은 컴퓨터 조작을 힘겨워한 부류에 속했던 인물의 말이다.

 

 대학 시절 내내 나는 컴퓨터에 젬병이었다. 과학 기술에 관한 한 나는 백치가 틀림없었다..... 내가 맥(Mac)을 발견한 것은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었다. 맥이 다른 컴퓨터에 비해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나는 맥이 사용자의 모든 경험에 극도로 세심한 신경을 썼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디자이너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맥을 통해서였다.

 

 이 말을 한 주인공은 런던 은세공업자의 아들 조너선 아이브다. 그는 놀라는 데 그치지 않고 애플의 제품 디자이너가 되었고(아이브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아이맥과 맥북 에어와 아이팟과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애플와치를 디자인했다. 이 기기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더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보면 다섯 가지 주요 특징이 나타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 불필요한 것을 모조리 제거하라.

 2. 직관적이고 쉽게 만들라.

 3. 더 빠른 제품을 만들라.

 4. 더 작고, 가볍고, 휴대하기 간편하게 만들라.

 5, 구하기 더 쉽게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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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불필요한 것을 모조리 제거하라.

 

 스티브 잡스가 '버튼을 제거함으로써 기기를 더욱 단순화하고, 기능을 대폭 줄임으로써 소프트웨어를 더 심플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상기하라. 맥을 디자인할 당시 그는 기능키와 화살표 커서와, 다른 컴퓨터 제조 업체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든 기능을 제거했다.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우스뿐이었다. 일단 마우스에 익숙해지자 사용자들은 모니터에서 커서를 이동하는 데 마우스가 훨씬 더 간편한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잡스가 '영혼의 동반자'라 부른 아이브 또한 애플에서의 경력을 '제거'로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을 제거하고 싶었다. 우리는 되풀이해서 첫 지점으로 돌아가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꼭 필요한가? 그것 하나가 다른 네 가지 것들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수 있을까?'

줄이고 또 줄이는 것은 힘든 단련이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컴퓨터는 제작도 사용도 더 쉬워진다." 

 

 

2. 직관적이고 쉽게 만들라.

 

사용자를 위한 심플함 뒤에는 엄청난 복잡성이 숨겨져 있다. 아이브는 자신의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되, (사용자는) 그 해결이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단순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이었는지 짐작조차 못 해야 한다."

 

 아이패드야말로 아이브의 신념을 보여 주는 탁월한 실례이다. 병원 대기실이나 비행기에 앉아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가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아이는 말 그대로 아이패드를 가지고 논다. 이 기기는 어떤 장애물도(사용자를 좌절시킬 그 어떤 이유도) 허용하지 않는다. 아이패드에서는 심지어 프린트조차 필요 없다.

 

 

 3. 더 빠른 제품을 만들라.

 

 거의 모든 기기의 사용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는 가운데에서도 일부 기기는 다른 기기들보다(부팅과 조작과 서비스 면에서) 더 빠르다. 제품과 서비스는 경쟁자들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기능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수십 년 동안 지배할 새로운 시장이나 틈새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1958년 즉석카페마를 출시한 뒤, 폴라로이드사Polaroid Corporation는 40년간 시장을 지배했다. 1978년 한 해에 팔아 치운 카메라만 1430만 대에 달했다. 물론 폴라로이드의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에 의해 시장에서 물러났다.

 

 오토원닷컴AUTO.com이라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업체는 차를 빠르고 쉽게 판매한다. 차를 파는 사람들에게는 현금으로 미리 지급하고 중고차 대리점에는 단 몇 시간 이내로 보유한 자동차를 구할 수 있게 해 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중고차 사업에 신속한 네트워크 효율성을 도입한 오토원닷컴은 유럽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네스프레소는 또 하나의 탁월한 사례다. 네스프레소의 커피머신은 고품질의 커피를 비슷한 품질의 다른 어떤 경쟁사 시스템보다 더 빨리 만들어 준다. 게다가 사용이 간편하고 세련된 외양을 갖고 있다. 세척은 식은 죽 먹기다.

 

 

 4. 더 작고 가볍고, 휴대하기 간편하게 만들라.

 

 1979년 모리타 아키오가 회장으로 있던 소니에서 내놓은 워크맨은 다른 카페트 플레이어보다 사용이 간편했다. 그러나 소니가 이룩한 진정한 성과는 휴대성이다. 워크맨이 나오기 전 사람들은 커다란 카세트 플레이어를 어깨에 지고 거리를 걸어 다녔다. 소니의 워크맨은 플레이어에 필요한 스피커를 제거하고 작은 헤드폰으로 스피커를 대신했다. 게다가 녹음 기능도 있었다.

 

 무엇보다 기기 소형화에 천재적 전문성을 지닌 회사 내 기술 인력을 동원하여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는 얇고 가벼운 기계를 만들어 내었다. 워크맨은 또한 자기테이프magnetic tape 재생 기능도 갖고 있었다. 경쟁사 기기보다 더 작고 가벼우면서도 음향까지 우월했다는 뜻이다.

 

 도시바와 아이와와 파나소닉과의 극심한 경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소니의 워크맨은 1990년대 말까지 카세트 플레이어 부문에서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큰 수익을 냈다. 워크맨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아이팟과 아이튠즈가 편의성소형화휴대성이라는 모든 편익을 쇄신해 워크맨의 자리를 빼앗고 난 후였다.

 

 

 5. 구하기 더 쉽게 만들라.

 

 아이튠즈로 인해 쉬워진 것은 기기 사용뿐이 아니었다. 음악 앨범을 구하는 일 또한 훨씬 간편해졌다. 이제 더 이상 레코드 상점을 찾아갈 필요가 없어졌다. 앨범에 수록된 곡을 따로 사는 일이 최초로 가능해졌고, 사용자들은 그 어떤 레코드 상점에 구비된 음반보다 많은 음반 중에서 음악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을 통해 사용자들이 수백만 곡을 바로 들을 수 있게 해 줌으로써 혁신 과정을 한 단게 더 밀고 나갔다.

 

 물론 제품의 구매를 쉽게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옛날에도 있었다. 1920년대 제너럴모터스가 자동차를 더 고급 제품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고객들에게 신용판매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떠올려 보라. 그러나 제품의 접근성을 높이는 참신한 수단은 그것 말고도 많다. 

 

 전통적인 렌터카 업체들과 달리(2000년에 창립한) 기업인 집카Zipcar는 고객이 한 시간 단위로 자동차를 렌트할 수 있게 해 준다(한국의 쏘카와 그린카의 아버지). 집카는 렌트의 전 과정을 신속하고 간편하게 처리하는 자사의 역량을 자부심으로 여긴다.

 

 집카는 멤버십 모델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일단 당신이 집카의 멤버로 등록하면 수 초 이내에 멤버십 카드나 휴대폰을 이용하여 차를 빌리고 사용할 수 있다. 집카가 대여하는 차량들은 길가 특정 구역에 주차되어 있어서 대다수의 차량 대여소보다 고객들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영국과 유럽과 캐나다와 남아프리카에서 '월급날'이라는 이름의 대출을 제공하는 대부 업체인 웡가Wonga이 성공은 극적인 동시에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웡가의 성공이 자격이 대출 지원자에게 다른 어떤 대부 업체보다 간편한 대출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들은 단기로 대출금을 받은 이후 몇 주 동안 원금과 (매우 높은) 이자를 갚는 전 과정을 크게 단순화했다.

 

 (실제로 규제 당국은 웡가가 과도한 이자율을 매길 뿐 아니라 대출 접근을 지나치게 쉽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최근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대부 업체들의 이자율에 상한선을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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