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잘 띄는 곳에 존재하라

써먹는 독서

 

 1947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스무 살에 미스터 유니버스 타이틀을 획득한 최연소 보디빌더로 기록되었다. 1968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미스터 유니버스 타이틀 5개미스터 올림피아 타이틀 7개를 획득한 뒤 은퇴한 그는 영화배우의 길로 나선다.

 

 1982년 <코난>을 통해 영화에 데뷔한 그는 지금껏 전 세계적으로 3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배우가 되었다. 나아가 2003~2010년까지 캘리포니아 주지사로서 봉사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다양한 계층의 리더들과 협업하고 있다.

 

 

 나는 이기러 간다

 

 아널드는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이다. 열아홉 살 때 첫 보디 빌딩 대회에 나가 우승한 직후 찍은 그의 사진을 보면 새파랗게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감 하나만은 압도적으로 빛나고 있다. 그는 그런 도도한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답했다.

 

 "내 자신감은 비전에서 나온다.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에 명확한 청사진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극한 고통을 버텨낸다. 사소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내 비전은 '이길 수 있다'였다. 나는 경쟁하러 경기에 나간 게 아니다. 이기러 나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상대가 느끼는 가장 큰 고통보다 한 걸음 더 지난 극한점까지 가 있을 줄 알았다."

 

 아널드는 함께 대회에 출전한 경쟁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다녔다.

 

 "뭐 하나 물어봅시다. 혹시 무릎 부상이나 뭐 그런 걸 당한 적이 있나요? 

 

 그러면 경쟁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아뇨, 왜요? 난 무릎을 다친 적이 없는데."

 

 아널드가 다시 말했다.

 

 "아, 그렇군요. 댁의 허벅지가 나보다 얇은 것 같아서요. 혹시 부상을 당해 훈련을 하지 못한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실례했소."

 

 아널드의 갑작스러운 방문 공격을 받은 선수들은 계속 전신 거울 앞에 서성이며 자신의 허벅지 상태를 확인한다. 그러고는 결국 그에게 진다. 아널드의 심리적 공격에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아널드는 믿기 힘들겠지만 이런 방법을 쓰면 쉽게 경쟁자들을 떨쳐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대를 넘어뜨리고 싶으면 이렇게 말하라. '최근에 몸이 좀 부은 것 같네요.' '무슨 고민 있어요? 지난주만큼 활력에 넘치는 것 같진 않네요.' 그러면 당신이 이길 확률은 엄청나게 커진다."

 

 

 아널드는 실력의 차이가 승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실력의 우열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승리는 경쟁하러 나온 사람이 아니라, 이기려고 나온 사람이 갖고 간다는 것이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아널드의 심리전술은 정말 일리가 있다.

 

 

 버티는 자가 이긴다

 

 아널드가 처음 할리우드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제작자들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더스틴 호프먼, 알 파치노, 우디 앨런처럼 체구가 작고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이 각광을 받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11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아널드는 할리우드에서 쓸모가 별로 없는 거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태연했다. 흔한 오디션 한번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스무 살 때의 넘치는 자신감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비결에 대해 그는 똑같이 답했다.

 

 "나는 경쟁하러 나간 게 아니다. 이기러 나간 것이다. 나는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고정 배역을 맡으려고 굳이 경쟁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 나를 발견해줄 때를 기다렸다. 모두가 살을 빼고 금발 미남처럼 보이려 노력할 때 내가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들처럼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한 것은 그저 버티는 것이었다. 제작자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계속 머물면서 팝콘이나 먹는 것이었다."

 

 결국 아널드는 사람들이 잘생기고 매끈한 배우에게 점점 식상해지면서 기회를 잡았다.

 

 그는 한 식당에서 <트윈스>의 메가폰을 잡은 이반 라이트만 감독과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계약서는 냅킨 위에 작성되었고, 출연료는 공짜였다. 대신 이익이 나면 러닝개런티를 받기로 했다. 코미디와 아널드의 조합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됐지만, 영화 팬들에겐 충격이었다. <트윈스>는 아널드에게 약 3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아널드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만들 때 체결한 계약이 떠올랐다. 루카스는 영화 캐릭터를 상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스튜디오에 전달했다. 그러자 스튜디오 측에서는 "장난감을 만들고 싶다고요? 네, 뭐, 상관없어요. 장난감이든 뭐든, 상관 안 할 테니 만드세요."

 

 이는 수십억 달러짜리 실수였고, <스타워즈> 캐릭터를 이용한 장난감은 지금껏 80억 개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거래를 할 때 스스로에게 자문해봐야 한다. '장기적을 판도를 바꿔놓을 만한 잠재적 이익을 얻기 위해 단기적이고 점진적인 이익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5~10년쯤 뒤에 훨씬 큰 가치가 생길 수 있는 요소가 이 거래에 들어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을 던지지 않아 엄청난 기회를 놓친 수많은 이야기를 나는 알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널드의 비전은 '경쟁'이 아니라 '승리'였다. 커다란 기회는 작은 승리들 속에 들어 있다.

 

 아널드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사라지지 마라. 그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볼 때까지 기다려라. 퇴장만 하지 않으면 반드시 누군가가 나를 기어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