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정

인생을 詩로 보자



눈 덮인 저 산 중턱 계곡에 토끼 뛰겠지. 


뛰다가 눈높이에 발 짧아 배 대인 자리가 발자국 따라 끌려 있지. 


눈 덮여 숨겨진 먹이찾아 배 채우려고 엄마 떠난 발자국 안 보일 때까지 세며 기다리다가 지쳐 언덕 양지바른 아래 고이 잠들면은.


큰 귀 스치는 바람 소리 나뭇가지들 지날 때 내는 차가움 싣고 들리건만 괘념치도 않은채 소록소록 꿈꾸며 지난 여름내 엄마랑 같이 깡총깡총 뛰며 걸음마 배워 한참 잘 뛴다고 으스댈 때 개구리며 다람쥐들에게도 뽐내었었는데.


날 추워진 지금 그 동무들 다 지네 집에 가버리고 엄마랑 같이 살쾡이며 매를 피해 다니며 다정하게 살았는데.


난생 처음 보는 하얀 것들이 내려덮은 산 계곡은 조용하기만 하고 키 모자라는 어린 토끼가 엄마 따라 몇 번 눈 덮인 위를 뛰어보다가 빠져서 앞이 안보이고 귀만 쫑긋이 보이는 엄마 쪽으로 겨우 와서 지쳐버렸는데.


엄마는 혼자서 먹이 찾아 떠나고 없는 텅 빈 산 계곡에 까치 따라 올라온 아랫마을 강아지 소리에 귀 쫑긋 세워 바라보니 처음 만났는데도 반가운 듯이 꼬리 흔들기에 제 꼬리 너무 짧아 흔들 생각 않고 커다란 귀를 앞뒤로 저어 답례하고 친해 놀자는 약속도 필요 없이 어울려 엄마가 밟아 놓은 자리로 뛰다가 보니 외로움 간데없이 마냥 즐거운데.


어느새 어디로 왔는지 엄마가 멍하니 바라보고 섰는데도 그걸 모르는 아기토끼는 강아지와 어울려 즐기기만 하는데 먼 데서 엄마 개 짖는 소리가 가까워 옴을 듣고 강아지는 새 동무 뒤에 두고 엄마 있는 곳에 가버리고 귀 크고 귀여운 아기토끼 혼자 남는가 싶었는데 엄마가 옆에 서 있잖아.


새 발자국 길게 끌며 남기고 온 엄마 토끼는 귀여운 토끼 새끼 앞에 앉혀놓고 꾸중하기를.


"너 그 개 같은 놈들하고 같이 놀면 위험해" 하는데.


 영문 모르는 아기 토끼는 큰 귀로 들리는 꾸중소리는 작게만 들리고.


"어른들 사회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구나"라고 하면서도.


아랫마을 강아지 사는 곳 한 번 내려다보고 지난여름에 매가 날던 하늘 한 번 우러러보고 살쾡이 피해 다니던 골짜기 바라 보고 개구기 뛰어갔던 도랑물 속에 뒷걸음질하며 큰 손 내젓던 가재도 생각해 보며 다람쥐 알밤 주워 올라간 나무 중턱 통나무 구멍 향해 뒷발 바짝 들고 쳐다보며.


아무리 마음으로 불러 봐도 정다운 동무들 온데간데없고 우정도 애정도 모르는 채 모정만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