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간절히 원하는 인재는 '이것'을 알고 있다

써먹는 독서

나에게 1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 55분의 시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 데 나머지 5분을 쓸 것이다.

- 아인슈타인 -

 

 

 1960년대 중반, 머지않아 전설적인 인물로 남게 될 2명의 시카고 대학교의 사회과학자 제이콥 게첼스 Jacob Getzels미하이 칙센트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창의성이라는 다소 모호한 주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964년 칙센트미하이는 첫 번째 연구 주제 가운데 하나를 조사하기 위해 가까운 시카고 미술대학에 가서 실험에 참가할 미술 전공 4학년 학생을 약 30여 명 모집했다. 그리고는 학생들을 큰 탁자가 2개 놓여 있는 작업실로 데려갔다. 한 탁자에는 학교에서 스케치 수업 때 종종 사용하는 특이하거나 평범한 27개의 물체가 놓여 있었다.

 

 칙센트미하이는 학생들에게 첫 번째 탁자에서 1~2개의 물체를 골라 두 번째 탁자에 배치하고 정물화를 그리도록 요청했다. 이 젊은 예술가들은 2가지 다른 방법에 따라 접근했다.

 

 어떤 학생들은 비교적 몇 개 안 되는 물건을 살펴보고 금세 아이디어의 윤곽을 잡더니 바로 정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은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그들은 더 많은 물체를 들어보고, 이리저리 돌려도 보고, 다르게 배치해보고, 그림을 그리는 데에도 시간을 더 들였다.

 

 칙센트미하이는 이렇게 생각했다. 첫 번째 그룹은 "어떻게 하면 그림을 더 잘 그릴까?"를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고, 두 번째 그룹은 "어떤 그림을 그리면 좋을까?"를 생각하며 문제를 찾는 데 주력했다.

 

 그 후 칙센트미하이는 학생들의 작품을 가지고 작은 전시회를 열어, 미술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에게 평가를 의뢰했다. 그들은 칙센트미하이가 실험을 한다는 사실도, 작품의 출처도 몰랐다. 칙센트미하이는 평점을 취합하여 전문가들이 문제 해결자보다 문제 발견자들의 작품을 훨씬 더 창의적이라고 평가했음을 발견했다.

 

 

 1970년에 칙센트미하이와 게첼스는 이들 예술학도들이 졸업 후 어떻게 지내는지를 추적했다. 학생 가운데 절반가량은 미술계를 완전히 떠나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지금도 미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 전문 화가로서 성공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다면 예술가로 살고 있는 이들은 어떤 그룹에 소속되었던 학생들일까? 이들 중 거의 모두는 학생 시절 '문제 발견자'들이었다.

 

 1980년대 초에 실행한 후속 연구에서 칙센트미하이와 게첼스는 정물화 그리기에 있어 문제 발견자들이 기술자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동료들보다 "18년 후 미술계의 기준으로 현저히 더 큰 성공을 거뒀음"을 발견했다.

 

 "문제를 잘 해결하는 능력은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게첼스는 결론 내렸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해당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차이점은 지식, 기술, 기교의 우수성에 있다기보다는 문제를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

 

 몇몇 학자들은 칙센트미하이와 게첼스가 문제의 '해결'과 '발견'을 구분하는 것을 문제 삼기도 하나, 두 사람의 연구결과는 창의성에 대한 현대적 이해와 학문적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 후속 연구에서 두 사람과 다른 학자들은 예술, 과학 등 힘든 도전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으로 돌파구를 찾아낸 사람들은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러한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자세히 살피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실험하고, 작업 중에도 일의 진행 방향을 기꺼이 바꾸며, 일을 끝마치기까지 경쟁자들보다 종종 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문제의 본질을 살펴보는 이 흥미로운 관점은 세일즈의 새로운 세계에 큰 시사점을 준다. 요즈음 세일즈의 비판매 세일즈는 기술자처럼 구조화된 규칙대로 연산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예술가처럼 창의적이고 체험적으로 문제를 찾는 기술에 좀 더 좌우된다.

 

 그 이유는 근본적인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얼마 전만 해도 구매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여러 장애물을 만났다. 그래서 구매자는 자신에게 없는 정보를 판매자가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들에게 의존했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비대칭에서 정보 대칭으로의 이동은 판매자 위험부담 원칙을 만들었을뿐 아니라, 구매자가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과 이에 따라 판매자가 해야 하는 (자신들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기 위한) 일이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신형 진공청소기를 사려고 한다고 해보자. 15년 또는 20년 전이었다면 가게에 가서 나보다 정보를 훨씬 많이 아는 세일즈맨과 대화를 나눈 후에 내가 원하는 제품을 그가 공정한 가격에 골라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나 혼자서 진공청소기 구매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인터넷에 접속하여 다양한 모델의 사양과 고객 평점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려 진짜 친구들과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몇 가지로 추렸으면 키보드를 몇 번 눌러 이들의 가격도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는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판매자에게 내가 원하는 모델을 주문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세일즈맨은 전혀 필요 없다. 내가 문제를 잘못 짚지만 않았다면 말이다(이게 핵심이다).

 

 

 그런데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진공청소기를 사는 것이 아니다. 깨끗한 바닥을 유지하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어쩌면 진짜 문제는 창문 가림막이 시원찮았기 때문이니 이를 바꾸면 창문을 열었을 때 집안 전체가 깨끗해질 수도 있다. 아니면 카펫이 원래 먼지가 잘 붙는 재질이어서 새로운 카펫을 깔면 매번 청소기를 돌리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어쩌면 진공청소기를 사는 대신 가전제품을 공유하는 동네 모임에 가입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사는 지역에서 자체 장비를 가지고 영업하는 값싼 청소업체가 있을 수도 있다. 바닥을 청소한다는 나의 주요 목표를 더 영리한 방법과 더 낮은 가격으로 달성하도록 도와줄 사람에게 나는 귀 기울일 것이고, 어쩌면 그에게 돈을 지불할 수도 있다.

 

 내가 나의 문제를 안다면 나는 아마도 그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문제를 발견하게 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할 것이다.

 

 

 전통적인 세일즈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이 주제로 옮겨가게 된다. 예를 들어, 멘토스 Mentos 사탕이나 에어헤드 AirHead 캐러멜 등 과자류를 생산하는 이탈리아 기업 퍼페티 반멜레 Perfetti Van Melle의 판매담당 부사장 랄프 쇼뱅 Ralph Chauvin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랄프 쇼뱅의 영업 인력들이 소매상에게 물건을 팔면, 소매상들은 진열대에 물건을 쌓아두고 손님이 사기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달라졌다. 소매상들은 멘토스 몇 개를 들여놓아야 할지보다는, 자기 상점의 운영을 모든 면에서 개선시킬 수 있는, 자기 상점의 운영을 모든 면에서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데 더 관심이 생긴 것이다.

 

 랄프 쇼뱅은 이렇게 말했다. "소매상들은 자기들 이익만 생각하지 않는 공정한 사업 파트너를 원했어요." 그리고 이는 가장 훌륭한 세일즈맨의 기준을 바꿔놓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거래를 마무리 짓는 사람', 즉 해결책을 바로 제시하면서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내는 사람이 항상 우수한 세일즈맨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소매상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그들의 입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잠깐 거래가 끊기더라도 개의치 않을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세일즈맨입니다"라고 말했다.

 

 퍼페티 사의 세일즈맨들은 계량 분석과 자신의 경험 및 전문성을 조합하여 소매상이 '과자 품목을 어떻게 조합하여 판매하면 가장 많이 벌 수 있을지'를 알려준다. 이렇게 하면 7가지 맛이 아니라 5가지 맛의 멘토스를 공급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경쟁사 제품을 포함시키게 된다.

 

 쇼뱅은 자기 회사의 최고 세일즈맨들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일이 과자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제과업에 대한 통찰력을 파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나라,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카기 고지 Koji Takagi는 일본 최고의 세일즈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세일즈 컨설팅 기업인 셀레브레인 Celebrain의 사장이며 여러 권의 세일즈 책을 쓰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종종 세일즈에서의 성공을 결정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보가 어디에나 있는 오늘날에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규명해서 '의견을 제시하는 힘'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세일즈맨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풀어야 할 올바른 문제를 찾아야 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타인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핵심 속성이 문제의 해결에서 문제의 발견으로 전환되었음은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UC 버클리  대학교 하스 경영대학원은 '문제의 발견과 해결'이라는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담당교수가 말하듯 "혁신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문제를 흥미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문제를 풀려고 뛰어들기 저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볼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미국 유수의 경제기관인 컨퍼런스보드 the Conference Board가 공립학교 교육감 155명사기업 고용주 89명에게 인지 능력을 평가하는 목록을 나눠주고, 오늘날 근로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교육감들은 '문제 해결'능력을 1위로 꼽았다. 그러나 고용주들은 '문제 해결'에 8위를 매겼다. 고용주들이 최우선을 꼽은 능력은 '문제 찾기'였다.

 

 

 다른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 문제 찾기에 나서려면 기존의 오래된 2가지 기술을 완전히 덮어야 한다. 

 

 첫째, 과거 최고의 세일즈맨은 정보에 접근하는 데 능숙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정리하고 그중 가장 적절한 정보를 규명하여 타인에게 제시하는 큐레이션 역할을 잘해야 한다.

 

 둘째, 과거 최고의 세일즈맨은 질문에 대답하는 데 능통했다. 고객에게 없는 정보를 그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잠재된 이슈를 드러내며,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질문하는 데 능해야 한다.

 

파는 거이 인간이다 / 다니엘 핑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