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해결'하는 것보다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써먹는 독서

문제는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을

연결 짓지 못하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은

'문제의 해결'보다는

'문제의 발견'에 달려 있다.

 

 개인적인 질문을 한 가지 하고 싶다. 당신은 은퇴 후를 대비해 충분히 저축을 하고 있는가? 당신이 다른 많은 사람들과 같다면, 당황하면서 "글쎄요, 아마 아닐걸요"라고 머뭇거릴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에서 노후를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한 사람의 수는 암울하고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미국 가구의 절반 정도는 가장이 65세에 퇴직하고 난 뒤의 생활에 경제적으로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미국인 4명 중 3명은 노후자금으로 모아둔 돈이 채 3만 달러도 되지 않는다(2012년 기준). 

 

 대한민국의 경우는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 중 54.3%만이 「노후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 60세 이상 인구의 노후준비 >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2017

 

 이는 전적으로 우리의 잘못은 아니다. 인간의 두뇌는 미래가 온통 위험으로 가득 찼던 시기를 거치며 진화해왔기 때문에, 먼 미래에 일어날 일에 마음 쓰기보다는 현재에 치우치는 성향이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100만 원을 받을지, 1년을 기다렸다가 120만 원을 받을지 선택하라고 하면, 후자가 더 이득인데도 흔히 전자를 선택한다.

 

 정책입안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은 우리의 약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방법을 고안해왔다. 한 가지 방법은 오디세우스가 세이렌(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 아름다운 얼굴과 노래로 인간을 폐인으로 만들었다.) 앞을 지나 항해할 때 자신을 돛대에 묶은 것처럼, 우리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고용주에게 급여의 일부를 자동으로 떼어내어 퇴직금 계좌로 이동시키도록 요청하면, 매번 결정하는 일 없이 기계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자신이 내린 선택과 그 결과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120만월을 1년 후에 받아서, 지금 타고 다니는 차를 12개월 후에 새 차로 바꿀 때 계약금으로 쓰겠다고 구체적으로 정해 놓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 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인 할 허시필드 Hal Hershfield는 사람들이 노후를 위해 저축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원인이 이것 말고 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다른 6명의 동료와 함께 새로운 가설을 실험하기 위해 몇몇 연구를 진행했다.

 

 한 실험에서 허시필드와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저마다 가상현실용 헤드셋을 쓰게 했다. 참가자 중 절반은 헤드셋 화면에서 자기와 똑같이 생긴 아바타를 1분 남짓 본 뒤, 연구자 모습을 한 아바타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 역시 헤드셋을 통해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아바타를 보았다. 하지만 이들 그룹의 아바타는 연구자들이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얼굴이 70세 정도로 늙어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이들은 70세가 된 자신의 모습을 1분 정도 본 뒤 똑같이 연구자의 아바타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후 연구자들은 양쪽 그룹 모두에게 돈을 배분하는 작업을 시켰다. 참가자들에게 방금 100만 원을 예기치 못하게 받았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한 뒤 어떻게 돈을 배분하겠는지 아래 4가지 보기 중 고르도록 했다.

 

 

"특별한 사람에게 멋진 선물을 하는 데 쓴다."

"노후대비용 계좌에 저축한다."

"즐겁고 떠들석한 행사를 계획한다."

"당좌 계좌에 넣어둔다."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들('현재의 나' 그룹)은 노후대비용 계좌에 평균적으로 8만 원을 넣었다. 한편 미래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들('미래의 나' 그룹)은 그 2배 이상인 17만 원을 배분했다.

 

 이러한 반응의 차이를 이끌어낸 것이 그들 자신의 나이 든 얼굴을 보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노화 현상을 상기했기 때문인지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하여 연구자들은 다른 참가자들을 모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절반은 자기 자신의 나이 든 모습을 보게 했고('미래의 나' 그룹), 나머지 반은 다른 사람의 나이 든 모습을 보게 했다('미래의 남' 그룹).

 

 결과는 확연했다. 70세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단순히 70세가 된 다른 누군가를 본 사람들보다 저축을 더 많이 했다. 몰입감을 주는 가상현실 환경 대신 간단한 장비를 사용하여 비슷한 실험을 했을 때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미래의 나' 그룹의 저축액이 항상 많았다.

 

 이 연구결과를 보면, 노후를 위해 현재 저축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현재 받을 수 있는 보상을 미래에 받을 수 있는 보상과 비교해 따져보는 능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문제는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을 연결 짓지 못하는 데 있기도 하다.

 

 다른 연구결과 역시 "미래의 자신을 생각할 때 활성화 되는활성화되는 신경의 패턴은 낯선 사람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신경의 패턴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먼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기란 사실 너무 어려워서, 가끔 미래의 자신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미래의 자신을 동떨어진 사람으로 생각하는 이에게 저축이란 돈을 오늘 쓸 것이냐, 아니면 몇 년 후에 모르는 사람에게 줄 것이냐의 선택과도 같다.'

 

 허시필드와 그의 동료들은 기존 문제(사람들로 하여금 단기적 보상과 장기적 보상 사이의 균형을 보다 잘 취하도록 하는 문제)를 풀려는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그리고 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문제(인간은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생각한다)를 찾아냄으로써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자 "자신의 나이 든 모습을 보여준다"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보다 일반적인 문제, 구체적으로 말해 은퇴 후를 위해 돈을 더 많이 저축하도록 독려하는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러한 발상이 전환은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요소인 명확성을 보여준다.즉 새롭고 적나라하게 자신의 상황을 보고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다.

 

 

 훌륭한 세일즈맨이 되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해 능숙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수한 세일즈맨은 잠재 고객의 니즈를 가늠하고, 그들의 고충을 분석하여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처럼 문제를 푸는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정보가 제한적이고 특권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정보가 풍부하고 공평해졌으므로 그러한 능력의 상대적 중요성은 줄어들었다.

 

 결국 내 문제가 무엇인지(예를 들어, 촬영 기능이 아주 뛰어난 최신 스마트폰을 사고 싶은 건지 아니면 사흘 동안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은 건지)를 정확하게 알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남의 도움 없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내가 착각하고 있거나, 혼란에 빠져 있거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때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은 '문제의 해결'보다는 '문제의 발견'에 달려 있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 / 다니엘 핑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