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갈구
ㆍ인생을 詩로 보자
후덥지근하게 무더워 오는 날에
죄 없는 목 조여 맨 넥타이 멋 낸 색깔에
입어 편치 못하고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양복까지 걸치고
저녁때에 괄시 못할 처지의 손님 접대한다는
허울 좋은 예의 때문에
부자연스러웠던 시간들에
옷걸이 노릇한 이 몸 생각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일 다 마친 마지막 시간 밤이 되어서야
타이며 윗도리를 벗으며
이놈의 양복 정장 하는 버릇
누가 만들어 놨는지 지옥의 제복 같구나 싶다
이런 맘이 일 때면 종종 생각나는 게 있다
옷 여러 벌 있지만 한 껍질밖에 없는
짐승들이나 새들
철 따라 한 번만 하면 그만인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또 나는 돈 벌고 옷 잘 걸쳐 입어 봐도
신사 되기는 글러먹은 느낌이 든다
정장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잠시 몇 초뿐
나머지 시간은 그야말로 헐벗은 사람
남루한 옷 벗어 던지고
새 옷 입어보고 싶은 심정 이상으로
자유스런 허드레 옷 입고 싶을 때가
더 많았었다.